한국재난안전뉴스 이계홍 논설고문 | “우리나라 66세 이상의 상대적 빈곤율은 2020년 기준 40.4%(통계청 2021년 가계금융복지조사)로 OECD 37개국 중 가장 높습니다. 우리나라가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기업‧사회‧고령자 수요에 적합한 노인 일자리 확충을 통해 노인빈곤율 완화에 기여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지난해 7월 제 7대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원장으로 취임해 각종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김미곤(63) 원장의 다짐이다.
김 원장은 “건강한 노인의 경우 일자리를 통한 소득보장이 우선돼야 하고, 그 목표는 국제적 빈곤선인 중위소득의 50% 수준으로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기초연금, 국민연금 등 다층적 노후소득보장제도 확충과 더불어, 노인일자리 확대를 통해 노인빈곤율 완화에 가장 우선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미곤 원장은 우리나라의 대표적 복지정책의 전문가다.
1988년부터 2020년까지 32년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근무하며 기초보장실장, 연구기획조정실장, 부원장, 원장직무대리 등을 역임하며 중앙정부 복지정책, 사회보장 분야를 집중적으로 연구해왔다. 또한, 지난해 6월까지는 세종시 사회서비스원 원장으로 재직하면서 사회서비스 및 지방정부 복지정책의 연구와 실행을 이끈 바 있다.
올해 노인일자리 예산은 약 2조9000억 원(국비 약 1조 4000억 원, 지방비 약 1조 5000억 원)이며, 84만 5000개의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04년 2만5000개 창출을 목표로 했던 것에 비하면 사업량이 34배나 크게 확대됐다. 고령화 시대를 맞아 그만큼 어르신 일자리 창출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현재 노인일자리는 65세 이상 기초연금 수급자가 참여하며 노노케어, 취약계층 지원 등을 주 내용으로 하는 공익활동이 전체의 72%를 차지하고, 이외에도 사회서비스형(보육교사 보조, 장애인시설 등 대상자 보조, 공공행정업무 지원 등), 소규모 카페 등을 운영해 수익금을 급여로 받아가는 시장형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 중입니다.”
재정을 활용한 노인 일자리는 참여노인에게는 경제적 보탬이 되지만, 계속해서 정부예산으로만 노인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선순환적 요소가 적기 때문이다.
“노인일자리가 노인빈곤율을 낮추는 데 기여하는 부분도 있지만, 이를 위해 정부재정만 활용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복권기금을 활용한 노인일자리 창출을 구상해보았습니다. 2024년에는 우리나라 노인인구가 1000만명이 됩니다. 이들 중 40.4%(2020년 기준, 66세 이상, 통계청 「2021년 가계금융복지조사)가 빈곤 노인이라면 엄청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죠. 지금도 빈곤과 소외를 벗어나지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하는 노인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 상태가 확대된다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닙니다. 따라서 우선적으로 빈곤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삶의 행복이나 사회적 정의를 실현할 수 없을 것입니다.” 빈곤 문제에 대한 김 원장의 적극적인 설명이다.
현재 노인일자리 사업에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시장형 사업단의 경우, 1인 기준 연 267만원의 재정을 지원함에도 불구하고 월급여 수준이 월 36만5000원으로 민간형 노인일자리 중 최하위 수준을 면치 못한다. 또한, 시장형 사업단 중 일부에 시설비 5000만원을 지원하고 있으나, 현장의 요구가 가장 높은 시설 임차보증금 등은 지원되지 않는다. 지난해에는 1756개 시장형 사업단이 운영되고 약 4만 명이 참여했으나 자립이 어려워 매년 지속 지원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다양한 지원 확대 등 시장형 사업단의 자립기반 마련을 위해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으며, 그 중 하나로 ‘복권기금 지원 노인일자리 창출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다양한 지원 확대를 통한 시장형 사업단의 자립’을 목적으로 복권위원회와 한국노인인력개발원간의 MOU 체결을 하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 사회적·공공적 가치 생산자로서의 복권위원회 위상이 제고된다. 30억원으로 임대보증금을 지원할 경우 10-12개 사업단을 통해 약 1000명의 노인일자리가 창출돼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노인일자리 예산(정부재정) 감소를 가져올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렇게 나간다면 참여노인의 탈빈곤과 자긍심 및 건강 수준 제고를 기대해 밝은 사회로 나갈 수 있다.
다음으로 김 원장이 고안한 것은 ‘노인일자리 패러다임 이동 및 전환’의 고리다. 즉, 종으로 △민간형(사회서비스형 포함) 일자리와 공공형 일자리, 횡으로 △비예산 일자리와 예산 일자리를 놓고, 그간 추진해 왔던 재정 의존한 일자리(1세대 노인일자리) 확대 전략에서 벗어나 비예산 일자리 개발(3세대 노인일자리)을 어떻게 확대할 것이냐를 집중 거론하며, 노인일자리 패러다임 전환을 모색한다.
바꿔 말하면, ▲1세대(공공형), 2세대 매칭형 예산 일자리(민간형)에서 3세대 비예산 일자리(민간형), ▲1세대 노인일자리에서 패러다임의 이동(1세대→2세대, 2세대→3세대)과 패러다임의 전환(시프트, 1세대→3세대)를 거치면서 장기적으로는 3세대 노인일자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일목요연하게 도표로 그린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노인일자리 창출 정책을 고민하면서 항상 염두에 두는 것은 바로 ‘안전’이다. 노인일자리 참여자를 위한 안전한 환경 조성은 물론, 노인일자리를 통한 사회 안전망 강화는 노인일자리의 사회 기여 효과를 더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사회 안전망 강화를 위한 영역에서 노인일자리를 창출하며, 우리 주변의 안전 사각지대 문제를 해소하는 데 노인일자리가 기여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자체나 공기업‧공공기관 등과 협업해 지역사회 내 안전수요에 적합한 노인일자리를 창출하고 있어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가스안전지킴이(한국가스안전공사 협력), 국민생활시설점검원(국토안전관리원 협력), 소비자안전 모니터요원(한국소비자원 협력), 수질안전관리원(전주시) 등 지역사회 내 다양한 안전 영역에서 노인일자리가 현재 추진되고 있으며, 점차 전국적으로 확대해 나가고자 합니다.”
그는 지금도 대학생처럼 학생용 가방을 메고 다닌다. 가방 안에는 언제든지 브리핑이 가능한 연구리포트와 브로슈어가 가득 들어있다. 리포트를 작성하기 위한 노트북도 장전되어 있다. 그는 노인일자리사업 내실화를 통해 초고령 사회에 대비하겠다는 구상으로 몸부터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노인 빈곤과 돌봄‧노인정책 전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이에 필요한 사업들을 추진해 나가는 것은 가장 큰 인권활동이라고 봅니다. 인본주의에 가장 가까이 다가가는 영역입니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은 어르신과 수행기관, 국민과 함께하며 노인일자리가 어르신 개인의 삶의 질 향상과 기업의 인재 확보, 나아가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한 성장 동력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김 원장은 임기 내 노인일자리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긍정적으로 전환되고,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의 기관 위상을 높이고 싶다며 이같이 밝혔다.
“노인 일자리 사업은 건강하고 활기찬 삶을 열어주는 정책입니다. 또한, 저출산‧고령화라는 사회변화를 앞두고, 인구정책으로 바라봐야 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일하는 어르신들 한 분 한 분이 보호받는 존재가 아닌, 사회활동의 주체로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국민들께서도 공감하실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래서 한국노인인인력개발원과 노인일자리 정책이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기관과 정책이 되도록 역할을 다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