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의사 항고심 기각.."의대생 손해보다 공공복리 옹호가 우선"

2024.05.16 22:28:19 이계홍 기자 kdsn6@gmail.com

정부 손 들어준 법원...'의대증원 처분' 집행정지 신청, 2심에서도 각하 기각
의대 재학생 원고 자격·피해 가능성 인정하면서도 '의료개혁' 공공복리 무게
필수·지역의료 위한 증원 필요성 인정…"정부, 일정수준 연구·조사" 평가도

 

한국재난안전뉴스 이계홍 기자 |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배분 처분을 멈춰달라는 의대생·교수·전공의·수험생의 신청이 항고심에서도 받아들여지 않았다. 의대 증원을 둘러싸고 의료계가 정부를 상대로 낸 집행정지 사건 항고심에서 법원이 정부 손을 들어준 것이다.

 

법원은 의대 정원 확대로 의대생들이 입을 손해는 인정했지만 의대증원에 제동을 걸 경우 공공복리에 미칠 영향이 더욱 중대하다고 봤다.

 

서울고법 행정7부(구회근 배성원 최다은 부장판사)는 16일 보건복지부·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의대교수·전공의·수험생이 낸 집행정지 신청은 각하하고, 의대 재학생들의 신청은 기각했다. 행정소송법상 집행정지 요건은 ▲ 원고 적격성 ▲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한 긴급한 필요 ▲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 등 세 가지다.

 

앞서 1심인 서울행정법원 재판부는 교수와 의대생 모두를 이번 사건의 '제3자'로 판단하면서 원고 자격을 인정하지 않고 집행정지 신청을 각하했다. 각하란 소송 요건을 갖추지 못하거나 청구 내용이 판단 대상이 아닐 경우 본안을 심리하지 않고 재판을 끝내는 결정이다.

 

하지만 항고심인 서울고법 재판부는 의대 재학생들에게 집행정지를 신청할 자격이 있다고 인정했다.

다른 신청인들과는 달리 의대 재학생의 경우 의대증원으로 기존 교육시설에 대한 참여 기회가 실질적으로 봉쇄돼 동등하게 교육시설에 참여할 기회를 제한받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의대 증원으로 의대 재학생들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인정했다.

 

재판부는 "의대 교육은 사정상 인적·물적 설비가 필요한 특수성이 있고, 전국 거의 모든 의대가 당장 2천명이 증원되면 현실적으로 정상적 의대 교육이 불가능하다고 호소하고 있다"며 "과다하게 증원돼 의대 교육이 부실화되고 파행을 겪을 경우 의대생들이 제대로 된 의학교육을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재판부가 기각 결정을 내린 데는 의대 재학생들이 입을 수 있는 이런 손해보다 의대증원 집행을 정지했을 때 공공복리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중대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법원이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일 경우 사실상 올해 의대 증원은 불가능하다.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개혁의 첫 단추인 의대 증원이 좌초할 경우 의료 개혁 자체가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대목이다.

 

재판부는 "이 사건 처분의 집행을 정지하는 건 의대 증원을 통한 의료 개혁이라는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며 "전자를 일부 희생하더라도 후자를 옹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붕괴 위기에 처한 필수의료·지역의료의 회생을 위해서라도 의대증원 자체는 정당성이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재판부는 "적어도 필수의료·지역의료의 회복·개선을 위한 기초 내지 전제로서 의대정원을 증원할 필요성 자체는 부정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현 정부는 의대정원 확대를 위해 일정 수준의 연구와 조사, 논의를 지속해왔고, 그 결과 이 사건 처분에 이르렀다"는 평가도 했다.

 

졸속 결정이었다는 의료계 주장에 맞서 2천명 의대 증원을 위한 논의가 충분히 이뤄졌다며 정부가 재판부에 제출한 근거자료에 일정 부분 타당성이 있다고 본 것으로 해석된다.

 

재판부는 지난달 30일 열린 심문기일에서 정부 측에 의대증원 근거 자료를 내라면서 집행정지 사건 결정 이전에 의대증원 최종 승인이 나지 않게 하라고 당부했으며 정부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회의록과 연구 보고서 등을 제출했다. 다만 재판부는 의대 증원 규모에 대해서는 조정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방침대로 매년 2천명을 증원할 경우 의대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받을 여지가 크다고 본 것이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2025년 이후 의대정원 숫자를 구체적으로 정할 때 매년 대학 측 의견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정부에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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