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의대 "유급 막기 위해 비대면 수업 허용해달라"

2024.04.13 07:25:24 이계홍 기자 kdsn6@gmail.com

'강 대 강' 대치 끝날까…일부 의대 비대면 동영상 강의 전환
전국 의대 온오프라인 강의 시작에도 저조한 참여율로 유급 우려
동영상 강의 커리큘럼 검토...출구전략 기대감은 커져

 

한국재난안전뉴스 이계홍 기자 | '강 대 강' 대치가 언제쯤 끝날까. 의료 현장에서 출구전략의 기대감이 커지는 분위기이나 적극적 움직임은 없는 것 같다. 22대 국회의원 선거가 마무리되며 장기간 의정 갈등을 겪은 의료 현장에서는 '강 대 강' 대치를 이어온 정부 태도가 달라져 하루빨리 출구전략이 마련되길 기대하는 분위기다.

 

전국 각지에서 환자 불편이 가중되고 있으며 대학들은 상황에 따라 온오프라인 강의를 시작했으나, 대면 수업의 경우 학생 참여가 저조해 유급 처리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출석률 저조…온라인 강의 반발 기류도 확산


가천대 의대는 지난 1일부터 온오프라인 수업을 재개했지만, 재학생 250명 중 수업 참여 학생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길여 가천대 총장이 의대생들에게 배움을 멈춰서는 안 된다며 학교로 돌아오라고 호소문을 올렸으나 수업 불참은 계속되고 있다.

 

인하대 의대는 재학생 학습권을 보호하기 위해 유연 학기제 운용 방침을 세우고 29일부터 수업을 재개하기로 했다. 충북대 의대 의예과·본과는 각각 지난달 4일과 25일 개강했다. 의대생 305명(3월 1일 기준 의예과 94명·본과 211명) 중 80% 이상이 휴학계를 제출한 상황에서 대학 측은 집단 유급을 막기 위한 방편으로 의예과와 본과 1, 2학년 학생들의 수업을 비대면 동영상 강의로 전환했다.

 

대면 수업을 유지하고 있는 본과 3, 4학년 학생들의 경우 이번 학기 수업일수의 4분의 1 이상 결석할 시 학칙상 올해 말 유급 처리된다는 게 대학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대학 측은 유급을 막기 위해 이들에게도 비대면 수업을 허용해달라는 일부 교수들의 요청을 접수하고 동영상 강의 커리큘럼을 검토 중이다.

 

건양대·을지대·충남대 등 대전지역 의대들은 대규모 유급 사태를 피하기 위해 수업을 연기하는 한편 하계 방학을 줄이는 등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충남대의 경우 예과 1학년을 제외한 565명 중 535명(약 95%)이 휴학계를 제출한 상태로 대부분 출석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과 2학년의 경우 오는 15일까지 수업에 나오지 않으면 유급 처리된다.경북대는 예과와 본과 1∼2년생을 대상으로 비대면 수업을 하고 있으며 영남대와 계명대, 대구가톨릭대도 오는 15일부터 중단했던 수업을 정상화할 방침이다.학생 240명 중 197명이 휴학계를 제출해 개강을 연기해온 울산대 의대는 오는 15일 개강 방침을 교육부에 보고했다.

 

다만 학생들의 수업 동참 여부에 따라 추가 연기 가능성이 있어, 의과대학 학장이 15일 학생 대표를 만나 학생들의 복귀 문제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전북대 의대는 애초 개강일(2월 26일) 이후 여러 차례 개강을 미루다가 지난 8일부터 수업을 시작했지만, 출석률은 극히 저조한 것으로 알려졌다.대학 측은 구체적 출석 인원에 대해서는 밝히기 어렵다면서도 "타 대학과 사정이 비슷하다"고 에둘러 이러한 사실을 인정했다.

 

전북대 의대는 신입생을 제외한 재학생 673명 중 96%인 650명이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해 휴학계를 내고 집단 휴학에 돌입한 상태다.

 

제주대 의대는 지난달 18일 개강과 함께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병행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재학생 248명 중 187명이 의대 증원에 반발해 휴학계를 낸 상황에서 수업 참여율은 매우 저조한 것으로 확인됐다.

 

수업이 재개됐음에도 이처럼 학생들이 계속 참여를 거부할 경우 집단 유급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어서 대학 측은 예의주시하고 있다.

 

교육 현장에선 의대 교육이 비대면으로 전환되는 것에 대한 반발 기류도 감지된다.충북대 의대 한 교수는 "집단 유급을 막기 위해 동영상 강의만 듣고 학위를 취득하게 하는 전무후무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식물인간에 억지로 산소호흡기를 달아놓은 격"이라고 말했다.
 

가중되는 환자 불편

 

의료 공백이 이어지면서 환자들의 불편과 우려는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12일 부산소방재난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오전 6시 13분께 부산 동구 좌천동 한 주차장에서 50대 남성 A씨가 가슴 통증을 호소한다는 119 신고가 접수됐다.

 

A씨를 태운 구급차는 응급실이 있는 부산 주요 대형 병원 10여 곳에 문의했지만, "의사가 없다", "진료가 불가능하다" 등 응급실 이용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A씨는 119 신고 45분여 만인 오전 7시께 부산 수영구의 한 병원으로 이송됐는데 응급수술이 필요한 '급성 대동맥박리'를 진단받았다.

 

'대동맥박리'는 긴급 수술을 받아도 환자가 사망할 수 있는 중증 질환이다.그러나 해당 병원은 '급성 대동맥박리' 수술이 불가능했고, 이송할 곳을 찾지 못한 A씨는 결국 이 병원에서 50㎞ 이상 떨어진 울산의 한 병원에 오전 10시 30분께 도착해 응급 수술을 받았다.

 

A씨는 10시간의 수술을 받았지만 지난 1일 숨졌다.유족들은 전공의 집단사직 영향이 있는지 밝혀달라며 국민권익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중앙사고수습본부는 해당 내용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시 관계자는 "해당 내용을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보고했다"며 "이 사안이 의사 집단행동에 따른 중대 피해 사례인지는 중수본이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에 사는 A씨는 최근 뇌동맥류 의심 소견을 받아 이달 말 분당서울대병원에서 관련 검진을 받기로 예정돼 있었으나, 며칠 전 일정이 무기한 연기됐다는 연락을 받았다.A씨는 언제 자신의 차례가 올지 모른다는 생각에 일단 관련 진료를 받을 수 있는 2차 병원을 수소문하고 있다고 한다.

 

A씨는 "요새 부쩍 컨디션이 안 좋아진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예정된 검진 날짜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연기 소식을 들으니 너무 우울하다"며 "온라인 카페 등에서 다른 환자들과 소통하며 진료받을 수 있는 다른 병원을 찾는 중"이라고 말했다.

 

초등생 자녀의 천식으로 인해 수년째 강원 한 대학병원에 다니는 40대 A씨는 최근 대학병원을 찾았다가 "다음 진료는 10월에 보자"는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이전까지 2개월에 한 번씩 병원을 찾았던 A씨는 "처음에는 7월(칠월)을 10월(시월)로 잘못 말씀하신 줄 알았다"며 "날짜를 보니 10월이었다"고 말했다. A씨는 이렇다 할 대꾸도 하지 못한 채 '만약에 상태가 안 좋으면 응급실을 찾아라'는 당부까지 듣고서는 결국 6개월 치 약만 한 보따리 들고 귀가했다. 

Copyright @한국재난안전뉴스 Corp. All rights reserved.

44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한국재난안전뉴스 | 주소 : (02871) 서울특별시 종로구 세종대로23길 47, 603-486호 | 전화번호 : 02-735-0274 등록번호 : 서울,아53882 | 등록일 : 2021-08-11 | 발행일 : 2021-08-11 | 발행인 : 김찬석 | 편집인 : 이계홍 Copyright @한국재난안전뉴스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