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재난안전뉴스 이계홍 기자 | 추석이 다가오지만 고향 농촌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썩 유쾌하지 못하다. 황폐화한 농촌의 빈집들 때문이다. 인구감소와 함께 농촌의 빈집들이 늘어나고 있다. 농촌의 흉물은 둘째 치고라도 환경 파괴와 범죄 지역으로 전락할 소지도 안고 있다. 해마다 수만 채씩 농촌의 빈집이 늘어나고 있다는데 이에 대한 대책은 없는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11일 경상남도 고성군 빈집정비 사업 현장과 사천시에 소재한 우주항공청을 방문하고, 추석 명절을 맞이해 통영시 민생현장을 점검했다. 농촌의 빈집 문제를 직접 현장에서 체험하고 구체적 대책을 내놓기 위해서다.
이날 이상민 장관이 찾은 경남 고성군은 경남 지역에서 빈집이 가장 많은 지자체로(’23년 기준 1080호), 지역 정주여건 개선을 위해 빈집 정비에 힘을 쏟는 대표적인 지역이다. 이상민 장관은 이날 고성군 삼산면을 방문해 빈집 철거 현장을 직접 점검하고, 행안부의 빈집정비 사업에 대한 지자체와 지역 주민 의견을 청취했다.
고성군은 행정안전부 빈집정비 사업 대상 지자체로 선정돼 82호의 빈집을 철거할 계획이다. 빈집이 철거된 부지는 마을 주민을 위한 ‘공영주차장(쌈지주자창)’,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과 협업한 ‘작은학교 살리기’ 사업( 초등학생 자녀가 있는 전입 가구의 정착을 위해 공공임대주택 제공)등과 연계하여 지역주민을 위한 공간으로 재탄생된다.
행정안전부는 방치된 빈집을 정비하고자 올해부터 정부 예산 50억 원을 투입해 지자체 빈집 정비(47개 시군구, 총 871호)를 본격 추진하고 있다. 이상민 장관은 “전국 빈집을 정비해 지역 경관과 정주여건을 개선하고, 방치된 빈집이 주민을 위한 공간으로 재탄생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농촌 빈집 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방법은 될지 몰라도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볼 수 없다. 규모도 작고, 예산도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사실 농촌의 빈집 문제는 벌써 오래전부터 지방소멸위기 가속화 등으로 고충이 제기되어 왔다.
농촌의 정주여건을 훼손하고, 이로 인해 농촌 주민의 삶의 질 저하와 도시민의 농촌 이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간 빈집은 사유재산이라는 인식하에 적극적인 정책을 추진하지 못했지만 앞으로 정부가 적극 개입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빈집 정비와 재생을 확대하여 귀농, 귀촌 활성화 등 지속가능한 농촌 공간을 조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개별주택단위에서 '마을'로 공간단위 빈집 정비 전환을 해야 한다. 농축산부는 앞으로 중장기적인 목표와 계획을 가지고 농촌 빈집 정비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하지만 빨리 정책을 현실화해야 할 입장이다. 환경파괴, 범죄의 잠재적 근거지가 된다는점에서 대책을 가속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빈집 소유자의 자발적인 정비와 민간 기업의 참여를 확대하고, 빈집을 귀농, 귀촌인을 위한 임대주택,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공간 등으로 재생하는 민관합동 빈집재생 프로젝트를 본격화할 필요가 있다.
빈집 정비와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한 기반도 구축해야 한다. 빈집은 사유재산으로 방치하기보다는 거래를 유도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앞으로 관계부처와 협력하여 전국의 빈집 정보를 알 수 있는 빈집 정보제공 플랫폼을 구축하여 수요자의 빈집 정보에 대한 접근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농축산부는 이를 시행하고 있지만 아직 일반화하진 못하고 있다.
추석을 맞으면 고향의 보름달과 아름다운 자연 풍광이 찾는 이를 가슴 뿌듯하게 한다. 고향을 지키는 부모님과 다정한 마을 사람들. 그러나 이런 아름다운 풍속은 옛말이 되었다. 고향 인심이 예전과같지 못하다는 측면도 있지만 황폐화되어가는 고향의 현실 앞에서 누구나 좌절과 패배주의를 안고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옛날의 그리운 고향 산천과 아름다운 인심이 우러나도록 관계 당국은 물론 고향을 지키는 이, 고향을 찾는 이 다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