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이슈] 폭염 못지않은 무서운 재난, ‘가뭄’이 왔다

‘폭염과 가뭄의 공존’이 기후위기의 새로운 특징
폭염이 끝나도 가뭄 피해는 오래 지속돼
한반도 ‘물과의 전쟁’ 시작된다

한국재난안전뉴스 관리자 기자 |
 

 

올여름 한반도는 기록적인 폭염에 신음하고 있다. 연일 35~40도를 넘나드는 찜통더위에 시민들은 에어컨 앞을 떠나지 못하고, 온열질환자와 사망자도 속출하고 있다.

 

폭염만큼이나 심각한 또 다른 재난이 다가왔다. 바로 ‘가뭄’이다. 보기 힘들었던 기우제가 다시 등장했다.

 

폭염은 눈에 보이지만 가뭄은 서서히 진행된다. 그래서 더 위험하다. 비가 오지 않는 날이 길어지고, 강과 저수지의 물이 줄어들고, 농작물은 말라 죽으며, 결국 식수와 생활용수, 산업용수 부족으로까지 이어진다. 전국 곳곳에서는 이미 가뭄 피해가 현실화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장마는 지역별 편차가 컸다. 일부 지역에는 집중호우가 쏟아졌지만 다른 지역은 평년보다 강수량이 크게 부족했다. 특히 남부지방과 일부 중부 내륙 지역에서는 비다운 비가 내리지 않아 토양 수분이 크게 감소했다. 여기에 기록적인 폭염이 겹치면서 증발량까지 급증해 가뭄이 빠르게 심화되고 있다.

 

농촌의 상황은 이미 심각하다. 논바닥이 갈라지고 벼 생육이 부진하고 밭작물들도 물이 부족해 생장이 멈추거나 수확량이 크게 감소하고 있다.

 

충남과 전북 일부 농촌 지역에서는 저수지 가장자리의 흙바닥이 노출되고 수초가 말라가는 모습이 관찰되고 있다.

 

가뭄이 심해지면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것은 농업이지만 피해는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산업계도 물 부족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반도체와 화학, 철강 산업은 막대한 양의 공업용수를 사용한다. 과거 2022년 남부지방 가뭄 당시에는 광주·전남 지역의 주암댐과 동복댐 저수율이 크게 낮아지면서 산업단지와 주민들의 물 절약이 강력하게 추진된 바 있다.

 

당시 전남 완도와 진도, 신안 일부 섬 지역에서는 제한급수까지 시행됐다. 주민들은 정해진 시간에만 수돗물을 사용할 수 있었고 급수차가 물을 공급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환경 분야의 피해도 크다. 강과 하천의 수량이 줄어들면 수온이 상승한다. 이는 물고기 집단 폐사와 녹조 발생을 촉진한다. 실제로 낙동강과 금강 등에서는 여름철 폭염과 가뭄이 겹칠 때 녹조가 급격히 확산하는 현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수질 악화는 결국 주민 건강과 생태계 전반에 악영향을 미친다.

 

산불 위험도 높아진다. 토양과 산림이 건조해지면 작은 불씨 하나가 대형 산불로 번질 가능성이 커진다. 지난해와 올해 세계 각국에서 발생한 초대형 산불 역시 폭염과 가뭄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전문가들은 가뭄을 단순히 비가 오지 않는 현상이 아니라 국가적 재난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말한다. 물 저장시설 확충과 노후 상수도관 정비, 농업용수 관리 체계 개선, 재이용수 확대 등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시민들도 생활 속 물 절약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문제는 기후변화로 인해 폭염과 가뭄이 동시에 발생하는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뜨거워진 대기는 더 많은 수분을 증발시키고, 강수는 특정 시기에 집중되는 반면 평상시에는 비가 부족한 현상이 늘고 있다. ‘폭염와 가뭄의 공존’이 새로운 기후위기의 특징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폭염이 끝나기를 기다린다. 하지만 폭염이 지나간 뒤에도 가뭄은 남을 수 있다. 논과 밭, 저수지, 하천, 댐에 축적된 물 부족은 한순간에 해결되지 않는다. 지금 한반도는 단순한 더위와 싸우는 것이 아니라 물과의 전쟁을 시작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올여름 재난의 본질은 단지 기온 상승이 아니다. 말라가는 땅과 줄어드는 물, 그리고 그로 인해 위협받는 식량과 생태계, 산업과 일상이다. 폭염의 그늘에 가려진 가뭄을 더 이상 보조 재난으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 폭염 못지않게, 아니 어쩌면 더 오래 우리를 괴롭힐 재난이 바로 가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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