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재난안전뉴스 박광춘 기자 |
미국과 이란이 또다시 전쟁 문턱까지 갔다가 협상 테이블로 되돌아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본토에 대한 추가 군사공격을 불과 몇 시간 앞두고 전격 중단시키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전쟁을 끝내는 훌륭한 합의가 이뤄졌다”며 조만간 유럽에서 서명식이 열릴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란은 “아직 어떤 합의도 최종 확정되지 않았다”고 선을 긋고 있어, 실제 종전 합의까지는 마지막 고비가 남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NBC와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이란과의 전쟁에 대해 훌륭한 타결을 이뤘다”며 “문서 최종 정리만 남았고, 며칠 안에 마무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마 유럽에서 서명하게 될 것”이라며 “주식시장이 1,000포인트 가까이 올랐다. 시장도 이 합의를 좋아한다는 뜻”이라고 했다. 로이터도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이 핵무기를 갖지 못하게 하는 것이 핵심 목표”라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이란 대규모 공격 3시간 전에 멈춰
이번 협상 국면은 극적인 군사적 긴장 완화에서 시작됐다. NBC보도에 따르면, 미군은 이날 이란 내 목표물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기 약 3시간 전까지 공격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미 해군 함정은 항공작전 계획을 조정하고 탄약까지 준비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오늘 밤 예정된 이란 공습을 취소했다”고 밝히면서 작전은 중단됐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을 “오늘 밤 매우 강하게 타격할 것”이라고 경고했고, 이란의 원유 수출 핵심 거점인 하르그섬 장악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강경을 견지하는 듯했다.
핵심 쟁점은 역시 이란의 핵 프로그램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지자들을 상대로 한 전화 유세에서도 “우리는 이란과 훌륭한 딜을 만들었다”며 “핵무기는 없을 것이고, 사람들이 곧 집으로 돌아오기 시작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스라엘 총리실도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한 뒤 “최종 합의에는 이란의 농축물질 제거, 농축 인프라 해체, 미사일 생산 제한, 역내 대리세력 지원 중단이 포함될 것”이라는 설명을 들었다고 밝혔다.
다만 이란은 미국의 발표와는 온도차를 보였다. 이란 외무부의 에스마일 바가이 대변인은 반관영 타스님 통신을 통해 “이란은 아직 합의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며 “합의가 이뤄졌다는 보도는 추측일 뿐, 어떤 것도 최종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카타르와 파키스탄이 중재 역할을 하고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미국의 행동이 외교 절차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협상 핵심은 핵무기 포기
협상안의 뼈대는 크게 네 갈래로 분석된다. 첫째, 이란의 핵무기 개발 포기와 농축우라늄 처리 문제다. 둘째, 이란의 탄도미사일 생산과 개발을 제한하는 장치다. 셋째, 하마스·헤즈볼라 등 친이란 무장세력 지원 중단 문제다. 넷째, 미국의 해상 봉쇄와 제재 완화, 이란 동결자산 문제다. 이번 논의가 휴전 연장,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향후 60일간 핵 협상 착수 등을 포함하는 방향으로 진전됐지만, 이란 최고지도부의 최종 승인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여전히 불발 가능성은 상존하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 트럼프 대통령은 종전 가능성에 대해 자신감을 표현하고 있다. 이란이 협상을 더 절실히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가 종전을 원하는 것보다 이란이 더 원한다”는 취지로 말하며, 군사 압박이 협상을 끌어냈다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 미국은 최근 이란의 해상 원유 수송을 압박하기 위해 봉쇄 작전을 강화했고, 이 과정에서 오만 인근 해상에서 미국이 유조선을 무력화하면서 인도 국적 선원 3명이 숨지는 사건도 발생했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폐쇄를 선언했고, 미군은 “상업 선박 통행은 계속되고 있다”고 맞섰다.
주가 오르고 기름값 내리고
시장도 즉각 반응했다. AP통신에 따르면 11일 뉴욕증시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 500지수는 1.8%, 나스닥지수는 2.5%,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1.9%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습 취소와 협상 임박 발언으로 중동 확전 우려가 낮아진 데 따른 것이다. 국제유가도 하락했다. 브렌트유와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 가격이 트럼프 대통령의 공습 중단 발표 이후 추가로 떨어졌다.
그러나 낙관만 하기에는 변수도 적지 않다. 이란이 공개적으로 합의를 부인하고 있고, 호르무즈 해협 일대에서는 여전히 드론·유조선 관련 군사 긴장이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 진전을 발표한 뒤에도 이란 드론이 상업 선박을 겨냥하려 했고, 미군이 이를 격추해, 여전히 살엄판이다. 협상 문서가 실제로 서명되기 전까지는 ‘종전 합의’라기보다 ‘군사 압박 속 잠정적 타협’에 가깝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결국 이번 합의의 성패는 트럼프 대통령의 선언이 실제 문서와 이란 최고지도부의 승인으로 이어지느냐에 달려 있다. 미국 입장에서는 “이란 핵무기 불가”라는 정치적 성과를, 이란 입장에서는 봉쇄 해제와 제재 완화라는 실익을 얻어야 한다. 양측 모두 전면전의 부담이 커진 만큼 서명 가능성은 이전보다 높아졌지만, 중동 정세의 특성상 마지막 순간의 군사 충돌이나 내부 반발이 협상을 뒤집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 정도의 내용이라면 지금은 종전의 문턱에 가까워졌지만, 아직 문을 통과한 것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