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선 무인도 좌초 재발 막는다…휴대전화 금지·조타실 CCTV

해수부, ‘여객선 사고 재발 방지 혁신 전략’ 발표
작년 11월 신안 앞바다에서 퀸제누비아2호 무인도 좌초
탑승인원 267명 전원 구조…승무원 근무 태만이 원인

한국재난안전뉴스 박종열 기자 |

 

승객을 가득 실은 여객선이 섬에 좌초하는 사고가 종종 일어난다. 항로를 이탈해 섬 근처로 다가가면 암초에 부딪치며 선박이 파손돼 큰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해 11월 19일 낮 제주에서 목포로 가던 퀸제누비아2호(씨월드고속훼리)가 전남 신안군 무인도에 좌초한 사고가 있었다.

 

여객선은 2만 6,000톤급 대형 카페리였다. 승객 246명과 승무원 21명 등 총 267명이 타고 있었다.

 

퀸제누비아2호는 이날 오후 전남 신안군 장산도 인근 무인도(족도) 좁은 해역에서 예정 항로를 벗어나 인근 암초 해역으로 진입하면서 선박 선체가 족도에 올라타 좌초했다. 이후 해경 당국에 신고돼 밤까지 구조작업이 이뤄져  다행히 승객은 전원 구조되었다.

 

사고는 승무원들이 항로 이탈을 인지하지 못해 일어났다. 항로 이탈 경보가 꺼져 있어서 해상교통관제(VTS) 경고가 작동하지 않았고, 관제사와 항해사 모두 제대로 근무하지 않아 항로 이상을 뒤늦게 알아채 대응이 늦었다. 또 승무원들이 근무 중 휴대전화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위험지역인데 선장도 선장실에 있었다. 결국 사람이 낸 사고였다.

 

광주지법 목포지원은 지난 3월 18일 중과실치상 혐의와 선원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선장 A씨(65)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선장 A씨는 선장이 조종해야 하는 위험 수역에서 직접 지휘하지 않았고 선장실에서 항해 장비도 주시하지 않았다는 혐의를 받았다.

 

또 중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1등 항해사 B씨(39)에게는 금고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인도네시아 국적 조타수 C씨(39)에게는 금고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B씨는 사고 당시 휴대전화를 시청하느라 전방을 전혀 주시하지 않아 항로 변경 시점을 놓친 것으로 밝혀졌다. C씨는 자동조타 상태를 믿고 전방을 주시하지 않아 여객선이 전속력으로 무인도로 전진하는 것을 충돌 직전까지 알지 못했다.

 

◇여객선 좌초 사고 왜 발생하나

 

여객선이 무인도(또는 암초·암석 지형)에 좌초하는 사고는 대부분 “보이지 않는 위험+항해 판단 오류+시스템 한계”가 겹치면서 발생한다. 단순한 실수 하나라기보다 여러 요인이 연쇄적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많은 사고는 항로 이탈 또는 항법 오류에서 발생한다. GPS·레이더 등 항해 장비의 오작동 또는 잘못된 해석이나 항로 설정 오류 등이 항로를 이탈하게 한다.

 

다음으로는 짙은 안개, 폭우, 폭설로 시야 확보가 어려울 때 선박이 강한 조류와 바람으로 밀리고 파도에 의해 조종이 제대로 안 되는 경우다.

 

그러나 결국은 인적 요인에 의한 사고가 가장 많다. 대부분 사고는 결국 사람 문제로 귀결된다. 항해 당직자의 졸음·피로, 근무태만, 자리 이탈, 교대 인수인계 미흡, 경보 무시, 판단 오류 등이다.

 

또 해상교통관제(VTS) 경고를 늦게 받거나 오인하는 경우, 선박 간 충돌 회피 정보 공유 실패도 사고 원인이다.

 

◇해양당국 재발 방지 대책 내놓아

 

해양수산부가 11일 해양 사고를 막기 위해 ‘여객선 사고 재발 방지 혁신 전략’을 발표했다.

 

퀸제누비아2호가 무인도에 좌초한 것과 같은 사고를 막기 위해 내놓은 대책이다. 이 사고는 선원들이 휴대전화 사용 등으로 근무를 소홀히 한 게 주원인으로 조사됐다.

 

해수부는 “항해 당직 중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고 연안여객선 조타실 내 CCTV 설치를 단계적으로 의무화해 사고 예방과 사고 원인 규명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비로 건조된 국고여객선 30척과 희망 선사를 대상으로 이달부터 CCTV를 설치할 방침이다. 버스와 열차의 운전석 CCTV 설치 의무화를 고려해 전체 여객선 조타실의 CCTV 설치를 의무화하도록 관련 법규도 개정한다.

 

위험 알림 기능을 가진 ‘바다내비’ 단말기 전원을 고의로 차단하는 것을 막을 방안도 마련한다. 퀸제누비아2호는 사고 당시 바다내비를 꺼둔 상태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운항관리자가 여객선에 직접 올라 운항 과정을 점검하는 승선 지도도 연 1회에서 4회로 확대한다.

 

장기적으로는 기상과 사고 정보 학습으로 위험을 예측하고 최적 항로를 실시간 제공하는 인공지능(AI) 기반 운항보조시스템을 개발할 방침이다.

 

아울러 퀸제누비아2호 사고 해역의 안전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올해 말까지 10m 높이의 정식 등대를 설치할 예정이다. 해수부는 올해 초 이곳에 임시 등대를 설치해놓은 상태다.

 

안개와 부유물 등으로 인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등대를 포함한 시정계와 CCTV 등 항로 안전시설을 100개에서 171개로 늘리고, 드론을 활용한 기항지 위험 요소 점검도 강화한다.

 

황종우 해수부 장관은 “안전한 여객선은 국민의 해상교통 기본권을 보장하는 출발점인 만큼, 관계 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이번 혁신 전략이 현장에서 실효성 있게 이행될 수 있도록 철저히 추진해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