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NOW] 트럼프가 보는 종전지연 이유.. “이란, 자존심 강하다?”

“선택의 여지 없다” 압박하면서도 협상 장기화 인정
호르무즈 해협 둘러싼 군사 충돌에 중동정세 다시 불안
트럼프 “베트남전은 19년.. 나는 이제 세 달째” 조기 종전론 반박

 

한국재난안전뉴스 박광춘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종전 협상이 지연되는 이유를 두고 “이란은 강하고 자존심이 강하다(They are strong, they are proud)”라고 말했다. 전쟁이 네 번째 달로 접어든 가운데, 이란 지도부가 쉽게 굴복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결국에는 미국과 합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압박성 발언도 함께 내놨다.

협상의 기술일 수 있지만, 전쟁 장기화의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일 수도 있다. 특히, 전쟁이 4개월째로 접어든 상황에 대해서는 '19년 걸린 베트남 전쟁'을 언급하고 있어 그 걱정의 크기가 커지고 있다. 

 

美NBC와 AP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치페와폴스에서 진행된 NBC 뉴스 ‘밋 더 프레스(Meet the Press)’ 단독 인터뷰에서 이란이 아직 종전 합의에 이르지 못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그들은 강하고, 자존심이 강하다”고 답했다. 이어 “그들이 과거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며 “그들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다만 시간이 조금 걸릴 뿐”이라고 말했다.

 

수사적 표현을 잘 사용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 발언은 결국 협상 상대인 이란을 향한 이중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는데, 한편으로는 이란이 쉽게 물러서지 않는 국가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군사적·경제적 압박 속에서 결국 미국이 원하는 합의 테이블로 나올 수밖에 없다는 판단을 드러낸 것이다. 특히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표현은 외교적 협상보다 압박에 방점이 찍힌 발언이기도 하다. 

 

특히, 트럼프 정권이 초기 이란의 무기 체계와 상황 등에 대해 다소 평가절하하면서 전쟁에 나섰지만, 결국 오랜 기간 버티며 여전히 미국에 위협상황이 이어지는 점에 대해 '무기' 자체보다는 '자존심'으료 표현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아울러, 미국과 이란은 전쟁을 끝내기 위한 협상을 이어가고 있지만, 상황은 안정과 거리가 멀다. 이번 NBC 인터뷰에 따르면 양국은 지난 4월 휴전에 합의한 뒤 이를 여러 차례 연장했다. 그러나 최근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양국이 다시 군사행동을 주고받으면서 휴전의 실효성은 크게 흔들리고 있다. 미국이 이란 드론 위협에 대응해 이란 해안 레이더 시설을 타격했고, 이란은 쿠웨이트와 바레인 등 걸프 지역을 향해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감행하면서 종전 불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번 충돌의 핵심에는 호르무즈 해협이 있다. 이란은 수개월 전 이 해협을 폐쇄했고, 이로 인해 국제 유가와 미국 내 휘발유 가격이 다시 급등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다. 이 길목이 막히거나 불안해질 경우 중동 안보 문제는 곧바로 세계 에너지 시장의 충격으로 이어진다. 미국 내에서도 고유가와 생활물가 부담이 커지면서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 지도부에는 종전 압박이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  트럼프 대통령은 ‘조기 종전’ 요구를 일축했다. 마치 이란과 전세계을 압박하듯  “이런 일은 몇 년이 걸린다”며 이란과의 협상이 단기간에 끝날 사안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사람들(이란)과는  47년 동안 싸워왔다. 그들은 미국인을 죽여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란과의 전쟁을 베트남전과 비교하며 “베트남전은 19년 동안 지속됐다. 나는 이제 세 달째에 들어섰을 뿐”이라고 말했다. 필요하다면 장기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은 것이다.

 

이 발언은 왜 종전을 빨리 하지 않느냐는 미국 내 비판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도 보인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유가와 물가, 미군 안전, 중동 주둔 비용 문제가 동시에 부각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전쟁을 끌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란에게 그 책임을 전가하고, 그 가운데 빠른 속도로 전황을 정리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군사력이 크게 약화됐다고도 말했다. 그는 “(이란의) 드론 공장 대부분이 파괴됐고, 발사대 대부분과 미사일 제조시설 대부분도 타격을 받았다”고 주장하면서도 이란이 여전히 미사일과 드론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인정했다. 그는 이란의 미사일 전력이 전쟁 전과 비교해 “아마 21~22% 정도” 남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수치의 크기는 관점에 따라 그 판단이 달라질 수 있지만,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전쟁 능력임은 부정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실제로 이란은 최근 걸프 지역을 향해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이어가며 군사 능력이 완전히 무력화되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이란이 쿠웨이트 국제공항까지 타격했고, 바레인에서 공습경보가 울리고 대피가 이뤄졌으며, 쿠웨이트가 이란의 여러 공중 위협을 요격하기도 했다.

 

미국 정부는 최근 군사작전이 공격이 아니라 방어였다는 입장이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하원 의원들에게 트럼프 행정부가 ‘에픽 퓨리 작전(Operation Epic Fury)’이라고 부른 군사작전이 종료됐다고 설명하면서, 최근 공격은 “방어적 성격”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 병력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드론만 타격하는 것이 아니라 그 드론을 발사한 사람도 타격해야 한다”며 “이란이 선박을 공격하지 않았다면 우리도 공격하지 않았을 것이지만, 우리는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이란은 미국의 공격이 긴장 완화를 가로막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란 외무부는 미국의 레이더 시설 타격을 비난하며, 이런 공격이 외교적 해법을 방해한다고 주장했다. 이란은 협상 과정에서 동결 자산 해제와 제재 완화, 호르무즈 해협과 관련한 전략적 요구 등을 내세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동시에 군사적 선택지를 계속 언급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앞서 뉴욕포스트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이란 봉쇄가 노동절까지 유지될 가능성은 “낮다”고 말하면서도, 이란과 합의하지 못할 경우 “다른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합의에 서명할 것인지, 아니면 다른 방식으로 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다른 방식은 좋지 않다”는 발언은 협상 실패 시 군사 압박이 다시 강화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결국 이번 NBC 인터뷰는 트럼프식 대이란 전략의 핵심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이란을 “강하고 자존심 강한 상대”로 평가하면서도, 미국의 군사적 우위와 경제적 압박 앞에서는 결국 선택지가 없다고 본다. 그러나 중동의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휴전은 이어지고 있지만 호르무즈 해협에서는 충돌이 반복되고, 이란은 여전히 미사일과 드론을 쏘고 있으며, 유가와 해상 물류 불안은 세계경제를 흔들고 있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지만, 전쟁은 이미 네 번째 달에 접어들었다는 점이다. 베트남전 19년을 언급하며 시간표를 넓게 잡은 그의 발언은 역설적으로 이번 충돌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신호로도 읽힌다.

이란의 자존심이 문제인지, 미국의 압박 전략이 문제인지, 아니면 양측 모두 물러서기 어려운 정치적 계산에 갇힌 것인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한 점은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불안이 계속되는 한, 미국과 이란의 협상 지연은 중동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 에너지와 안보 경제를 뒤흔드는 뇌관일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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