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아파트 1400세대 6일간 정전 사태 “재난일까 아닐까”

세종시청 재난본부 가동 적극 대처…일부 직원 “과잉 대응” 불만
“전기·통신은 필수 인프라…생활재난 시 행정기관 적극 개입 필요”

한국재난안전뉴스 이계홍 기자 |
 

1500세대, 주민 5000여 명이 거주하는 대규모 민간아파트 단지에서 일주일 가까이 정전 사태가 계속되면 ‘사회적 재난’으로 봐야 할까. 재난으로 판단한다면 국가가 개입해야 한다.

 

이번에 발생한 세종시 조치원읍 자이아파트 대규모 정전 사태가 논란에도 불구하고 그 해답을 주었다.

 

이 아파트 단지 1429개 전 세대는 1일 오후 8시 지하 전기실에서 난 화재로 6일 동안 전기 공급이 끊기면서 주민 5000여 명이 사실상 난민 생활을 했다.

 

승강기 운행은 물론, 화장실 이용, 주방 조리, 냉장고, 공용 조명, 휴대폰 충전 등 모든 전기 시설 작동이 멈추면서 주민 5000여 명의 일상생활도 블랙아웃이 됐다. 고령자와 임산부 등은 아파트 계단을 오르내리기 힘들었고, 한밤 쌀쌀한 날씨 속에 주민들은 추위에 떨어야 했다. 

 

다행히 6일 밤 10시쯤부터 순차적으로 전기 공급이 재개됐다. 가로등과 지하주차장 등 공용전기를 시작으로 7일 오전 3시 30분까지 세대별로 전기가 들어왔다.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하자 세종시 당국이 적극 나섰다. 사태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행정력을 투입했다.

 

세종시는 화재 발생 직후 벌어진 상황을 ‘재난’으로 판단하고 자체 지역재난안전대책본부(지대본)를 가동했다. 김하균 시장 권한대행은 시청 소속 직원 2000여 명에게 ‘사고 현장으로 출동하라’는 문자를 보냈다. 현장에는 휴일 밤 늦은 시간에 쉬고 있던 시청 공무원 100여 명 정도가 모였다.

 

공무원들은 주민들의 다양한 민원을 해결하면서 임시 거주 공간과 화장실을 설치하고 관련기관의 전기 복구 작업을 지원했다. 주민 세탁도 지원하고 인근 수영장에 딸린 샤워장도 무료로 이용하게 했다. 휴대폰 충전 지원센터, 임시진료소까지 만들었다. 생수와 양초 등도 무료로 제공했다.

 

세종시가 지대본을 가동하면서 관련 기관의 대처도 빨라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화재로 소실된 배전반 재사용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안전 검사를 곧바로 진행했고 이후 복구 작업에 속도가 붙었다.

 

세종시는 가구당 하루 숙박비 7만 원과 끼니당 9000원 한도에서 식비도 지원했다. 7일 오전 10시 기준 413세대가 숙박비를 신청했다.

 

민간 아파트의 정전 사태에 지자체가 행정력과 예산을 동원하자 일부 시청 공무원들은 불만을 털어놓았다.

 

시청 내부 온라인 게시판에 한 직원은 “민간 아파트에서 발생한 정전 사고를 행정기관이 나서서 지원하고 예산을 투입하는 것이 옳은 판단인지 의문”이라고 적었다. 또 다른 직원은 “인명피해가 없는 사고에 시청 모든 공무원을 대상으로 동원령이 적절한지 모르겠다”며 “이번 사고를 계기로 공공기관이 관여할 사고와 민간 영역의 사고를 명확히 구분하는 기준이 마련됐으면 좋겠다”는 말도 나왔다.

 

반면 세종시청 다른 직원은 “내부 불만을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이런 사태를 행정기관이 방치했다면 지금까지도 사태 해결이 안 됐을 수 있다”며 대응이 적절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에 대해 김하균 시장 권한대행(행정부시장)은 “시민의 고통 앞에 책임을 다하는 것이 행정의 역할이다. 민간 아파트라는 이유로 행정이 발을 빼는 것은 공무원의 도리가 아니다”라며 재난상황으로 판단한 배경을 밝혔다. 재난상황으로 판단해야 중앙부처 협조를 쉽게 끌어낼 수 있다.

 

정요안 수원대 소방행정학과 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전기, 통신과 같은 필수 기반 시설이 단절되는 것은 전형적인 생활 재난 사태로 봐야 한다”며 “개인 소유 아파트더라도 수천 명의 생활이 무너지고 생명이 위협을 받을 때 행정기관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대응했다면 박수받을 일”이라고 평가했다.

 

전기 공급이 끊긴 아파트 단지에는 지역사회 나눔의 손길도 이어졌다. 하나은행 충청그룹은 두유 5500개를 보내왔다. 용암골식당은 500㎖ 생수 5000개, 영마트는 컵라면 1000개, 다이소는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1500개를 각각 전달했다. 조치원읍에 거주하는 한 시민은 LED 조명 30개와 빵·음료 20개, 새롬동 주민은 발광 다이오드 조명 15개를 각각 기부했다.

 

정전사태가 발생한 세종시 자이아파트는 신도시(행복도시)를 제외한 세종 구시가지(10개 읍·면) 지역 아파트 단지 중에서 규모가 가장 크다. 지상 10~15층짜리 25개 동이 있다. 세종시가 출범(2012년 7월)하기 전 충남 연기군 시절인 2008년 10월 입주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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