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재난안전뉴스 박광춘 기자 |
미국과 이란이 중동 전면전을 피하기 위한 ‘조건부 휴전’에 전격 합의하면서 긴장이 일단 완화되는 국면에 들어섰다. 다만 핵 문제와 제재 해제 등 핵심 쟁점이 여전히 남아 있어 이번 합의는 ‘전쟁 종식’이 아닌 일시적 봉합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인 가운데, 그 추이가 주목된다.
8일 NBC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하는 조건으로 약 2주간의 휴전에 동의했다. 이는 미국이 이란 핵심 인프라에 대한 대규모 타격을 예고한 시한을 불과 90분 앞두고 극적으로 타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휴전 발표 이후 “완전하고도 전면적인 승리”라고 자평하며, 미국이 군사적 목표를 달성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란 측에서도 입장은 유사하다. 공식적인 입장은 유보하고 있으나, 역시 이번 합의를 ‘외교적 성과’로 평가하며 상반된 승리 선언을 내놓았다. 이란 측은 미국이 자국의 협상 틀을 수용했다고 주장하면서 제재 해제와 핵 프로그램 인정 등을 포함한 협상안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양측이 모두 자신의 승리를 주장하는 상황은 결국 갈등이 근본적으로 해소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우선, 이번 휴전의 핵심 조건은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 재개다. 이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지나가는 핵심 해상 통로로, 전쟁 발발 이후 봉쇄되면서 국제 유가와 물류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실제로 수백 척의 유조선이 해협 인근에서 대기하며 원유 약 1억 배럴 이상이 묶이는 등 글로벌 공급망 혼란이 심화됐다.
이런 결과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도 예상하지 못했고, 백악관 참모들도 이에 대한 논의를 하지 않았다는 게 뉴욕 타임즈의 최근 보도이다. 특히, 이번 전쟁 과정에서 이란은 드론 공격과 기뢰 위협 등을 통해 해협 통행을 사실상 차단하며 전략적 지렛대로 활용해 왔다. 이 역시 적게는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에 이르는 미국의 전략무기들이 예상치 못한 허들인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맞이한 이번 일시적 휴전은 마치 ‘전면 중단’이 아닌 ‘부분 중단’이라는 점에서 한계를 안고 있다. 미국과 이란 간 직접 충돌은 멈췄지만, 이스라엘과 레바논 내 헤즈볼라 간 충돌은 오히려 확대되는 양상이다. 이스라엘은 휴전 이후에도 레바논 남부에 대한 대규모 공습을 이어가며 “이번 합의는 레바논 전선을 포함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때문에 일시 휴전 속에서 중동 지역 전체의 긴장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실제로 이번 전쟁으로 이란 내에서만 1,900명 이상이 사망하는 등 인명 피해가 누적되고 있으며, 주변국으로 충돌이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외교적 해법 역시 불확실하다. 이번 휴전은 파키스탄을 중심으로 이집트·튀르키예 등이 중재에 나서면서 성사됐지만, 향후 평화협정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양측은 향후 협상을 위한 틀에는 합의했지만, 핵 프로그램과 경제 제재, 중동 내 군사 영향력 문제 등 핵심 쟁점에서는 입장 차가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휴전을 “전쟁을 멈춘 것이 아니라 잠시 늦춘 것”으로 평가한다. 한 국제정치 전문가는 “호르무즈 해협이라는 전략적 카드로 이란이 협상력을 확보했고, 미국은 군사적 압박으로 이를 끌어낸 구조”라며 “양측 모두 근본적 양보 없이 체면을 유지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결국 이번 합의는 군사적 충돌을 일시적으로 억제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중동의 구조적 갈등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휴전이 종료되는 시점 이후 다시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국제사회는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지만, 시장과 외교가에서는 “진짜 시험은 지금부터”라는 신중론이 우세하다. 이번 휴전이 평화로 이어질지, 아니면 더 큰 충돌의 전조가 될지 주목될 수밖에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