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재난안전뉴스 이계홍 기자 | 역대급 독감에 병원마다 북새통이다. 환자가 몰려 오전에 접수가 마감되고 있다. 아침부터 동네의원에 환자 행렬이 이어지고 있는데, 대기석의 빈자리가 없고 곳곳서 콜록콜록 기침소리다. 이 때문에 병원이 더 위험하다는 말까지 나올 수 있다. 결국 환자 개개인이 독감 예방에 노력할 수밖에 없다.
10일 현재 독감은 4주 전보다 14배나 오르고, RSV 등도 확산세에 있다. 이러다가는 올 설 연휴를 독감으로 망칠 수 있고, 이런 추세는 5월까지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설 연휴 가족들이 많이 모이는 때를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최근 인플루엔자(독감) 환자가 급증하면서 전국 곳곳의 이비인후과와 소아과 병원이 밀려드는 환자들로 포화 상태에 이른 모습이다. 특히 근래 기온이 큰 폭으로 떨어진 데다가 인플루엔자 세부 유형 중 A(H1N1), A(H3N2) 바이러스가 동시에 유행하면서 독감 환자가 급증한 것으로 질병관리청은 보고 있다.
10일 오전 수도권의 한 소아과 병원에서는 접수처 직원이 끊임없이 찾아오는 환자들에게 대기 예상시간을 안내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문을 연 지 1시간이 채 안 된 시점이었지만, 병원 내 전광판에 적힌 대기인원은 40명을 넘어선 상태다. 대기석은 빈자리가 없이 가득 차 몇몇 보호자는 아이들 손을 잡고 병원 한쪽에 서서 초조한 표정으로 순번을 기다리고 있다.
대기 예상시간을 묻자 병원 관계자는 "2시간 가까이 기다려야 할 것 같다"며 "요새는 시간이 지날수록 대기 환자가 늘어나 점심시간이 되기 전에 접수가 마감되는 경우도 있다"고 답했다.
병원 관계자는 "내원하는 환자의 대부분이 독감 증세를 호소하는데 다 받아주지 못해 안타깝다"며 이런 때일수록 우선 자가 치료부터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질병청에 따르면 올해 첫째 주 표본감시 의료기관을 찾은 외래환자 1000명당 인플루엔자 증상을 보인 의심 환자 수는 99.8명으로, 1주 전의 73.9명에서 1.4배 늘었다. 이미 지난주에도 2016년(86.2명) 이후 8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는데, 그보다 환자가 더 늘어난 수치다.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감염증 등 독감 외 다른 호흡기 감염병 환자도 증가하는 추세여서 당분간 호흡기 감염병 확산세가 지속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RSV 감염증 입원환자는 최근 9주간 늘다가 지난주 소폭 감소했지만,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환자가 34% 많은 실정이다.
코로나19 입원환자도 작년 8월 정점 이후 계속 감소하다 최근 4주간 증가했다. 이번 독감은 춥고 건조한 늦가을부터 겨울에 집중적으로 확산하는 전형적인 유행 패턴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방역 조치로 주춤했던 호흡기 감염병 확산세가 최근 들어 더욱 가팔라진 추세로 알려지고 있다.
이처럼 독감 환자가 급증한 것은 급격한 기후 변화에 따른 온도차 등 요인 때문에 바이러스가 더욱 빠르게 확산하고 질환의 중증도도 더욱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의사들은 분석하고 있다. 통상 독감 유행은 11월부터 길게는 다음해 5월까지도 이어지는 경향이 있다. 이에따라 고령자, 어린이, 기저질환자 등이 감염될 경우 치명적일 수 있는 만큼 고위험자는 독감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 그리고 손 씻기, 기침 예절, 마스크 착용 등 예방수칙을 준수해야 한다.
지영미 질병청장은 "설 연휴 가족과 안전하고 건강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아직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65세 이상, 임신부, 어린이 등 고위험군은 미리 접종받으시기 바란다"며 "고위험군의 보호자와 자녀분도 접종을 챙겨달라"고 당부했다.
이달 말 설 연휴가 독감 유행에 고비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설 명절 비상응급 대응 기간을 위해 지자체, 의료기관들과 긴밀히 협력하고 꼼꼼히 준비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도 각 개인이 독감 예방에 철저히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