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재난안전뉴스 이계홍 기자 | 잊을만 하면 대형 화재가 발생한다. 울산 석유화학단지에서 일어나는 불상사들이다. 이때문에 주민 불안이 가중되고, 가능하면 공단과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사가려는 주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관련 당사자들의 근본적 해결책이 요구된다.
국내 석유화학 산업은 1970년대 중화학 공업 육성정책으로 진행돼 나라의 산업화에 크게 기여했다. 한때는 국부 창출이 석유화학에서 나온다고 말할 정도이고, 지금도 그것은 일정 부분 유효하다. 그러나 석유화학산업은 다양한 종류의 공정과 물질이 대량으로 발생해 잠재위험성이 크다.
따라서 사고의 발생형태가 화재, 폭발 또는 독성물질의 누출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인적 물적 손실과 함께 환경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각종 사고사례와 통계를 여러 가지 측면으로 분석해 석유화학공단의 화재위험성으로부터 손실의 최소화와 환경을 보존하는 대책을 보다 면밀히 세워야 할 것으로 보인다.
28일 오전 4시 47분께 울산 울주군 에쓰오일 온산공장에서 폭발음과 함께 불기둥이 치솟았다. 소방 당국은 대응 2단계를 발령, 인력 300명가량과 장비 56대를 동원해 화재 발생 4시간 40여분 만에 불을 진화했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시커먼 연기가 긴 띠 형태로 퍼지면서 관련 신고가 잇따랐다. 심각한 환경문제도 초래했다. 울주군은 온산공장 인근 주민에게 창문을 닫고 야외활동을 자제해달라는 안전안내문자를 보냈다.
울산 석유화학 공단에서는 잊을 만하면 폭발 사고나 화재가 잇따르고 있다. 이날 불이 난 에쓰오일 울산공장에서는 올해 2월에도 배관 파손으로 화재가 발생해 3시간 만에 진화된 바 있다. 지난 5월에는 공단 내 소금 제조업체인 한주에서, 6월에는 고려아연 공장에서 불이 났다. 지난해 12월에는 한 공장 부지 아래를 지나가는 배관 보수 작업 중 불이 나 작업자 1명이 부상했다.
반복되는 석유화학 공단 화재에 울산지역 주민들은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2년 전 결혼하며 울산 울주군으로 이사했다는 한 회사원은 "고향에는 공단이 없어 화재나 사고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살았는데, 이사온 이후는 하루하루의 일상이 불안하기만 하다"고 호소했다. 그는 "임산부나 아이가 있는 집은 더울 불안하다"고 말했다.
공단 입주업체 대부분이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곳들이다. 유해 물질 누출 사고도 잇따르고 있다. 걸거리를 자나다보면 악취가 심하고, 화학물질이 일상적으로 쏟아져 나오니 화재 이외에도 또다른 사고가 터져나오지 않을까 주민들이 크게 걱정하고 있다.
크고 작은 사고들이 빈발하다 보니 관련 지자체도 만성이 되어 늑장 대응을 하는 경우도 있다. 사고가 난 이날도 울주군이 화재 발생 1시간가량 지난 오전 5시 48분께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하면서 늑장 대응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긴급 재난문자를 발송해봐야 주민들이 대처할 뚜렷한 방법이 없고, 오로지 창문을 닫는다든지, 장독대를 비닐 포장지로 덮는 정도지만, 이마저도 뒤늦게 발송되니 불만의 소리들이 나오는 것이다.
주민들은 "화재 발생 1시간이면 재, 연기, 화학물질이 집으로 들어오고도 남았을 시간"이라고 아쉬워하고 있다. 그러나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석유화학공단은 인화물질이 많고, 한번 불이 났다 하면 걷잡을 수 없이 매연과 가스가 나오고, 악취와 함께 환경을 크게 훼손해 공단 근무자는 물론 인근 주민들이 고통을 겪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어떻게든 불이 나지 않도록 대비하면서도 일단 불이 나면 진화 매뉴얼을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새롭게 정비해 더이상 불상사가 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