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재난안전뉴스 이계홍 기자 | 안전도 먹통되고 위난을 극복할 재난 통신망도 먹통이 됐다.
폭우로 침수 신고가 잇따른 지난달 15일 충북 청주 흥덕구 오송읍 궁평제2지하차도에는 통신 기능이 작동하지 않았다. 재난 대응 기관 간 공조를 위해 1조4천억원을 들여 마련된 재난안전통신망이 사실상 각 기관 내부 무전기처럼 쓰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송 지하차도 침수 참사 당시에도 최초 신고 접수로부터 공통 그룹통화가 이뤄지기까지 거의 1시간이 걸렸다.
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민의힘 정우택 의원실과 국회예산정책처 2022회계연도결산 분석 자료를 보면 2022년에는 재난안전통신망을 거친 음성·영상 통화가 약 579만분 이뤄졌다.
재난안전통신망 도입의 주된 목적인 기관 간 통신의 경우 연간 약 5만2천300분 시행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기관 내 통신량인 약 574만분의 1% 미만에 해당한다. 지자체, 소방, 경찰 등 각 기관이 재난안전통신망을 따로 이용해 '기관 간 통화'의 취지가 무색해졌다.
특히 기관 간 통신량 약 5만2천300분 중 3만4천600분(약 66%)은 지자체 내에서 이뤄진 것으로, 이는 매일 전국 지자체 재난담당자가 참여해서 실시하는 정기교신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이태원 참사에서도 재난안전통신망이 거의 활용되지 못해 기관 간 공조에 차질이 빚어졌다는 점을 인정하고 지난 5월 25일 지자체, 경찰, 소방과 함께 재난안전통신망 활용 합동훈련을 실시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오송 지하차도 참사에서도 같은 상황이 되풀이됐다.
사고 발생일인 7월 15일 오전 7시 51분께 "미호강 제방이 터져 물이 넘친다"는 119 신고가 처음 접수됐다. 이와 관련한 공통통화가 이뤄진 건 그보다 55분 늦은 8시 46분이다. 충북 흥덕경찰서가 최초 통화기관이며, 청주시, 충북도, 충북소방본부 등이 참여했다.
이어 2분 뒤인 8시 48분 충북도 상황실이 공통통화를 걸었으며, 여기에는 충북도청, 세종시, 청주시, 충주시, 제천시, 충북경찰청, 충북대의료원, 대통령실, 행안부 등이 참여했다.
당시 공통통화그룹에서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녹취록을 제출해달라는 정우택 의원실 요청에 행안부는 "해당 기관에 대한 감찰 및 수사 중인 사항으로 제출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재난안전통신망은 대규모 재난이 발생하면 경찰, 소방, 해경 등 재난관련 기관이 하나의 통신망으로 소통하며 신속히 현장대응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2021년 5월 전국 단일 통신망으로 도입됐다.
구축 사업에 1조4천억원의 예산이 편성됐는데, 지난해 울진 산불과 이태원 참사에 이어 이번 오송 참사 등 각종 재난현장에서 사실상 '무용지물'이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이에 대한 통신망 보완과 시정이 요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