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재난안전뉴스 최종걸 편집인 | 싱하이밍 주한 중국 특명전권대사는 지난 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관저에 초대해 면전에서 장장 15분가량 미리 준비한 원고를 통해 대한민국에 대한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싱 대사의 발언 중 “일각에서 미국이 승리하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는 데 베팅하고 있는데, 나중에 반드시 후회할 것”이라며 거친 발언도 서슴없이 나왔다. 마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미국의 반대편에 거는 것은 좋은 베팅이 아니다”라는 발언을 연상케 하는 발언이었다. 미·중이 한국을 놓고 노골적으로 내 편이 되달라는 발언이다. 같은 베팅 발언인데도 우리 여야와 한중 양국정부는 싱 중국 대사 발언만을 놓고 난타전이다. 심지어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그 만찬자리를 두고 이재명 대표를 향해 '백댄서'라고 비아냥거렸다.
문재인 정권에서 윤석열 정권으로 바뀌자 한중과 한일 관계가 뒤바뀐 상황에서 속된 말로 재주는 곰(한.중)이 부리고 미·일은 즐기는 형국이다. 문재인 정부 때 일본이 위안부와 징용 문제 제기를 문제 삼아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 중단으로 촉발된 일본 상품 불매와 발길마저 뚝 끊던 애국심(?)이 고취될 당시 주한 일본 대사는 툭하면 외교부로 불러와 항의받는 초치 단골 대사였다. 이번엔 싱 대사가 그 초치 대사로 교체된 듯하다. 싱 대사는 코로나19가 발발한 3년 전 한국에 부임 이후 가장 혹독한 한중관계의 전면에 서서 본국을 대변해야 하는 특명전권대사 역할을 해왔던 터라 그의 발언을 통해 중국이 한미일 공조에 어떤 기조를 가졌는지 알 수 있다. 한미일이 대중 강경일변도 공조 정책이 높아질 때마다 싱 대사 발언 수위도 높아졌고, 이번 발언은 부임 3년째 대한 발언 중 가장 고강도로 한중관계에 대해 불만을 쏟아냈다. 본국을 대신해야 하는 특명전권대사의 운명이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표가 중국 대사관저 만찬 초대를 받던 날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국회에서 아이보시 코이치 주한 일본 대사와 요담을 나눴다. 김 대표와 일본 대사의 면담은 비공개였지만, 이 대표와 싱 대사 만찬은 유튜브로 생중계될 정도로 공개됐다. 통상 대사 초청 만찬이 공개되지 않지만, 웬일인지 공개됐다. 공개가 낳을 수 있는 파장은 양측이 충분히 계산했을지 모르지만 결국 한중 양국만 골이 깊어진 꼴이 됐다. 이를 두고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재명 대표를 ‘백댄서’ 라고 비아냥댔다. 그런 김 대표는 같은 날 일본 대사를 만나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 함구했기 때문에 양측이 무슨 내용을 나눴는지 알 수 없다. 김 대표와 이 대표가 각각 일본 대사와 중국 대사를 만났을 때 공통 현안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였지만 한쪽은 공동 대응, 한쪽은 함구였다. 김 대표 말대로 이 대표가 중국 측 백댄서였다면 김 대표도 원전 오염수에 대한 일본 측 백댄서가 아니었는지 자문해야 한다. 일본이 원전 오염수 시험 방류를 앞두고 일본 대사의 예방을 받았기 때문이다.
한미일 공조 기조에 강한 불만을 드러낸 싱 대사의 발언은 지난 1980년 한미연합사령관을 지낸 존 위컴 사령관 발언을 소환한다. 위컴 사령관은 전두환 군부에 맥없이 무너진 한국 민주주의 좌절에 대해 ‘레밍’이라는 표현을 썼다. 표현에 따라서는 ‘베팅’보다 ‘레밍’이 더 모욕적이다. ‘레밍’은 들쥐 또는 나그네쥐라는 뜻으로 집단 이동을 할 때 선두를 일직선으로 따라가다가 벼랑을 만나면 떨어져 죽기도 한다는 자기 생각 없이 대세를 따르는 것을 일컫는다. 1980년 8월 7일 전두환이 육군 대장으로 진급한 다음 날인 8일 위컴 사령관은 로스앤젤레스타임스의 샘 제임스 기자와 AP통신의 테리 앤더슨 기자와 인터뷰에서 “전두환이 한국의 대통령이 될지도 모른다”며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마치 레밍 떼처럼 그의 뒤에 줄을 서고 그를 추종하고 있다"라고 발언한 바 있다.
국민은 국가 간 외교적 거친 수사인 ‘레밍’과 ‘베팅’이라는 발언 속에서도 대한민국 정부와 여야가 이들의 ‘백댄서’로 전락하지 말기를 바랄 것이다. 또 한중 양국은 거친 외교적 상황 속에서도 “가깝게 있는 사람을 즐겁게 하면 멀리 있는 사람도 찾아온다는 근자열원자래(近者說, 遠者來)"라는 공자 말씀을 되새기기 바란다. 그 공자 말씀이 한중 양국 국익에도 부합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