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재난안전뉴스 최종걸 편집인 | 우린 사유가 있는 날이면 시계와 휴대폰 알람 기능을 통해 소리음이 들리도록 한다. 소리음과 알람은 어디로 가서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예고한 것이다. 소리와 알람만 요란하게 울리는 건 소음일 뿐이다. 소리와 알람은 암묵적으로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라는 육하원칙이 함축돼 있다고 할 수 있다. 개인 일상도 이럴진대 국가가 국민을 대상으로 위기에 대비하라는 재난 문자에 이런 내용도 없이 경계경보에 대피 준비하라는 문자를 새벽에 보냈고, 사이렌을 통해 요란하게 울렸다. 서울특별시는 5월 31일 오전 6시 41분께 “오늘 6시 32분 서울지역에 경계경보 발령. 국민 여러분께서는 대피할 준비를 하시고, 어린이와 노약자가 우선 대피할 수 있도록 해주시기를 바랍니다.”라는 재난 문자를 시민들에게 보냈다. 같은 시각 알람과 사이렌 없이도 등교와 출근 준비를 위해 깬 서울시민들은 한 시간여를 어찌해야하나 놓고 불안에 떨다가 발이 빠른 이들은 눈여겨본 대피 장소를 찾았다. 하지만 대피 장소로 지정된 학교는 왜 왔냐며 학교 출입을 막았다. 어제 북한이 군사위성용 발사로 군, 행정안전부, 서울특별시로 이어지는 경계경보 재난 및 위급 상황 문자에서 벌어진 일들이다. 무슨 일로 대피하라는 말도, 어디로 가라는 장소도 알려주지 않은 채 대피할 준비를 하라는 내용이었다. 그 시각 북한이 쏜 군사위성인지 모를 발사체는 서해 어청도 서쪽에서 200여 킬로 떨어진 해상에 추락한 것으로 보도됐다. 서울시가 최초 사이렌과 문자 발송 그리고 해제까지 1시간여 동안 벌어진 오발령 소동은 전시 같았으면 서울은 전멸에 가까운 일이 일어날 수 있는 시간이다. 북한이든 어느 나라든 우리나라를 탄도탄 미사일이나 드론 공격을 1시간 이상 할 최악의 경우를 가정할 때는 얼마든지 가능한 이야기다. 지난해 12월 26일 북한은 군사용 드론으로 인천과 서울 용산 심장부를 활개 치고 갔던 때를 생각하면 틀린 이야기도 아니다. 그땐 어제처럼 사이렌도 재난 문자도 울리지 않았다. 이태원 압사 참사와 북한의 드론 활개 때 대응을 만회하려는 사이렌과 문자였다면 오세훈 서울시장 말처럼 “이번 긴급문자는 현장 실무자의 과잉 대응이었을 수는 있지만 오발령은 아니었다고 판단된다”며 “안전에는 타협이 있을 수 없고 과잉이다 싶을 정도로 대응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밝혔다. 이제라도 그렇게 꼭 해야 한다.
다만 이번에 오발령 소동을 보면서 왜 오발령 소지가 발생했는지와 대피할 장소가 구체적으로 어디인지에 대해서는 따져볼 소지가 넘쳐난다. 권명국 전 방공포병사령관은 “군의 탄도미사일 경보 체계를 행안부·지자체와 연동했으면 발생하지 않았을 소동”이라는 지적을 참고해서 통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군은 미사일을 발사하면 예상 낙탄 지점 근처 부대에 자동으로 경보를 발령하는데, 이런 시스템과 정부 시스템을 연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처럼 연동이 안 되면 군에서 행안부에 통보하고 행안부는 다시 전국 17개 지자체에 알리는 동안 이미 미사일은 떨어진 상황이다. 서울시 민방위경보통제소가 행안부 중앙통제소 ‘지령 방송’을 받은 뒤 국가재난관리정보시스템(NDMS) 위급재난 문자 등록→서울시 승인→문자발송 과정이 9분이나 걸리기 때문이다. 군 통보까지를 포함하면 이보다 더 걸린다.
지난해 이태원 압사 참사 때 작동됐어야 할 소방 · 경찰 · 군 · 지방자치단체 등 재난 대응 기관 간 통합 무선통신망인 국가재난안전통신망과도 통합해서 국가급 위기와 재난 상황을 정밀하게 대응해야 할 이유는 그야말로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일이기 때문이다.
행안부와 서울시간, 네 탓 공방을 노출된 문제점을 개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군이 확보한 미사일 발사 정보는 국민의 생명에 관한 사항이다. 군도 경계경보와 공습경보를 국민과 함께 공유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정보 전달체계로는 또 다른 오발령을 낳을 수 있다. 지난해 강원도 군 미사일 기지에서 오발탄에도 군은 모르쇠로 일관하는 동안 인근 속초 시민들은 밤새 공포에 떨어야 했다. 그 이후에도 이태원 압사 참사와 북한군 드론 서울 상공 활개 사태에도 재난 문자는 먹통이었고 이번에는 오발령이었다. 먹통과 오발령은 다른 말 같은 뜻이다. 어쩌면 오발령은 거짓말일지도 모른다. 벌써 몇 번째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