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재난안전뉴스 최종걸 편집인 | 새해 들어 한파는 수출과 무역 전선에도 몰아 닥쳤다. 관세청이 집계한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1월 초부터 20일까지 무역수지가 103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총 무역적자 규모인 475억 달러의 22%에 달한다. 월별기준으로 사상 최대치이기도 하다. 이달 말까지 이어지면 적자 폭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무역적자는 지난해 5월 이후 이어지고 있고, 올해 들어 그 폭이 더 커지고 있다. 전체 수출의 25% 규모를 차지하는 반도체 수출이 34%나 급감한데다 수출 주요국인 중국 쪽마저도 32억 달러 무역적자를 기록했다는 소식이다. 무역흑자의 꽃길이라던 중국 수출마저도 연이어 적자행진이다. 뭔가 수출전략을 잘못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
우리가 최대 수출시장을 외면할 때 중국은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의 수출 비중을 줄이면서도 사상 최대 무역흑자를 기록했다는 것과 대조적이다. 중국경제금융연구소(소장 전병서)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의 중국 직접투자(FDI)와 올해 1월 들어 외국인 증시 자금 유입도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중국에 자금을 빼내고 나가는 차이나 런(China Run)이나 중국 경제가 고점을 찍고 저점으로 돌아섰다는 피크 차이나(Peak China)와 다른 현상이라는 분석이다. 우리의 관세청 격인 중국 세관 통계치를 인용한 기준으로 보면 중국은 여전히 제조 중심축을 견지하고 있는 모양새이다.
지난해인 2022년 외국인직접투자(FDI)는 사상 최대인 1891억 달러로 2021년 대비 9% 증가했다. 월 기준 역대 최대 자금 유입은 2021년 12월의 890억위안(16.1조원)이었지만 이미 1월 19일 현재 1033억위안(18.8조원)이 순유입되어 사상 최고치를 넘어섰다는 것이다. 중국경제금융연구소는 세계 각국은 '차이나 런(China Run)'이 아니라 대중국 투자를 늘리는 ‘차이나 러쉬(Rush)’라고 분석했다. 지난 2018년부터 시작된 미·중 간 무역전쟁 와중에서 미·중은 역대 최대규모인 7594억달러의 교역을 경신했고, 중국의 대미무역흑자는 4041억달러로 중국 전체 무역흑자 5267억달러의 상당 부분을 미국으로부터 챙겼다. 그러면서도 중국은 대미 무역의존도를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대미 무역의존도는 2018년 14%에서 2022년 12%로, 대미무역흑자 비중은 92%에서 46%로 크게 낮아졌다는 것이다. 미국이 말로만 '탈(脫)중국'을 주장하고 있지만 중국은 역으로 '탈(脫)미국'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이 중국봉쇄, 탈(脫) 중국을 외치고 있지만 실제로는 중국의 '제조업의 함정', 가성비 좋은 중국상품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우리와 중국의 수출전략 결과를 수치로 살펴보면 우리는 말로만 탈 중국이었지만 중국은 행동으로 보여줬다는 점에서 극명하게 대비된다. 중국을 봉쇄하는 가치동맹이니 반도체 4칩 동맹을 주창하면서도 미국을 포함한 서방은 중국에 투자와 무역 교역을 늘리는 이중 전략을 취했지만 우리는 사사건건 중국에 맞불 전략으로 대응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동맹보다 중요한 건 우리 생존의 문제이다. 수출로 연명해야 하는 한국 경제가 어쩌다 무역적자의 늪에서 헤어 나오기는 커녕 월별기준으로 사상 최대의 무역적자까지 이어가고 있는지 자탄해도 모자랄 지경이다.
1월 들어 20일까지 무역적자 103억달러는 정부 올해 전망치 260억달러 50%에 근접하는 수치이다. 정부의 무역적자 전망을 무색게 하는 수치이다. 원자재 공급망은 여전히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에 대해서는 코로나를 빌미로 비자제한 정책까지 내걸고 있다. 하지만 새로 활로를 넓혀야 할 미국과 유럽은 자국산 보호 문턱을 더 높이고 있다. 이러고도 탈 중국을 외치는 대외정책은 신뢰성을 얻기 어렵다. 우리 제품은 중국과 미국 그리고 유럽산과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지 못하면 무역적자 늪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국면이다. 수출전략과 산업 경쟁전략에 빨간불이 켜진 줄도 모르고 구호만 외치면 큰 일이다. 입은 무겁우면서 행동은 민첩하고 정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