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재난안전뉴스 최종걸 편집인 | 일터에서 사망사고 등을 예방할 목적으로 지난 1월 27일 시행에 들어간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발효됐음에도 산업현장에서는 오히려 사망사고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 따로 현장따로 라면 법은 있으나 마나 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산업현장의 사망사고는 그 현장이 안전 불감증을 반영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안전 불감증 현장에서는 제품의 불량률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그런데도 산업현장에서 사람은 죽어 가는데 이를 책임지는 사람은 법 규정의 모호성을 따지면서 오히려 중대재해처벌법이 가혹하다는 여론전에 나서는 상황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오랜 진통 끝에 올해 1월부터 시행에 돌입했으나 사망 사고 소식은 이어지고 있다. 반면 경영자와 책임자 처벌이 가혹하다는 목소리만 높다. 시행 5개월째 이로 인해 법의 심판대에 올라 처벌된 사업장은 경남 사업장 한군데뿐이고 책임소재 공방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난 1월27일부터 6월28일까지 전국에서 240건의 중대 산업재해가 발생, 250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지난 1분기(1~3월)의 국내 산업재해 사고사망자는 241명으로 전년 동기(238명)보다 증가했다. 법이 시행됐는데도 사망자는 늘어난 통계이다. 사망 사고와 관련 경남 산업현장에서 경영책임자가 기소된 사례는 1건에 불과하고 여타 사업장에서는 전무하다. 사망 원인은 있는데 이를 사전에 예방하고 막지 못한 책임져야할 책임자가 없다면 사망한 사람이 책임자인가.
중대재해처벌법 제1장 총칭 1조 목적에는 “이 법은 사업 또는 사업장, 공중이용시설 및 공중교통수단을 운영하거나 인체에 해로운 원료나 제조물을 취급하면서 안전ㆍ보건 조치의무를 위반하여 인명피해를 발생하게 한 사업주, 경영책임자, 공무원 및 법인의 처벌 등을 규정함으로써 중대재해를 예방하고 시민과 종사자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수많은 사례를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중대산업재해는 「산업안전보건법」 제2조제1호에 따른 산업재해 중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 동일한 유해요인으로 급성중독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에 3명 이상 발생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들여다 보면 누구라도 사업현장에 문제가 노출된 경우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산업현장에서 들려오는 사망사고를 보면 비슷한 현장에서 비슷한 사례로 사망한 사건사고 소식이다. 산업현장에서 예방조치가 미흡했다고 추정할 수 있는 사건사고 이다. 경영자나 안전사고 최고 책임자가 관성적으로 조치에 미흡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지난 5일 본보가 주관하고 재난안전위기관리협회와 고용노동부·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과 함께 주최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6개월··· 법 적용 실제 사례 및 보완 방안’을 주제로 ‘2022년 중대재해·재난안전 포럼’에서도 사업장과 근로자 모두 안전의식에 대한 인식이 모호한 것으로 지적됐다.
‘중대재해처벌법적용 현장사례 및 처리 관점(형사법적 관점을 중심)’으로 주제발표에 나선 이선희 법무법인 클라스 파트너변호사는 “아직 중대재해사건에 대한 수사가 종결되지 않고, 법원 판결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 정확한 법적 판단을 내놓기는 이르다”면서도 “법 적용의 의도와 명분 등을 고려할 때, 산업재해 발생 전에 사업체 내부에서 안전 노력과 함께 외부 유관기관의 협업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예방에 최선의 노력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국경영자총연합회 임우택 안전보건본부장은 “기업과 경영자의 책임만을 강화하는 방식으로는 중대재해 감소효과가 일시적, 제한적”이라면서 “산재예방을 위한 정부의 책임과 역량확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진 ‘안전사고 리스크 감축을 위한 방안 모색(행동 경제적 관점)’ 주제로 발표한 한성대학교 사회안전학과 박기수 특임교수는 “산업재해 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다방면에서 대책이 필요한데, 이중에서 그간에 근로자의 행동적 관점에서 안전사고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며 “안전사고 감축을 위해서는 행동경제적 관점에서 ‘실수하는 인간’을 인정하고, 근로자의 행동적 특성(신체적·기질적·심리적·문화적)을 고려해 행동 오류를 줄임으로써 안전사고를 보다 감축시킬 수 있도록 ‘적극적 안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이 시행된 만큼 법망을 피해가려는 노력보다 법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이 사업장과 근로자들 간에 지켜지지 않는다면 산업현장의 사망사고는 이어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