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재난안전뉴스 최종걸 편집인 | 한국과 미국이 인플레이션을 진정시키기 위해 전례가 드문 금리 인상 경쟁을 하고 있다. 빅스텝(0.50% 포인트)도 모자라 자이언트스텝(0.75% 포인트)라는 용어까지 동원해서 금리를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 2년간 코로나로 침체 늪에 빠진 경기를 되살리기 위해 0%대의 기준 금리를 유지했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연 1.75%대로 올렸다. 이마저도 치솟는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판단에서인지 다음 달에도 다시 자이언트스텝 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격인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제롬 파월 의장은 지난 15일(현지 시각) 0.75% 포인트 금리 인상 직후 “7월 회의에서도 0.50%포인트 또는 0.75%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미국 통화당국이 물가가 진정될때까지 금리 인상 정책을 고수할 경우 현행 연 1.50∼1.75%인 기준금리 수준이 올해 말 연 3.4%까지 뛸 것으로 보인다. 우리도 울며 겨자 먹기로 따라갈 수 밖에 없어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미 간 금리가 역전되는 상황은 돈값이 높은 쪽으로 소리 소문 없이 빠져나가는 돈의 흐름이 발생한다. 주식과 환율이 이를 보여주고 있다. 주가와 환율은 연일 심리적 지지선이 무너지면서 주가는 털썩 주저앉고 환율은 급등세를 유지하고 있다. 다음 달 미국이 자이언트스텝 금리 인상을 단행한다면 연 2.25~2.50%가 된다. 현행 우리 기준금리인 연 1.75%보다 높게 된다. 금리 역전에 따른 자본의 이탈 속도가 빨라질 수 있는 상황이다. 이를 저지하려면 우리도 자이언트스텝급 금리인상을 해야 한다.
금리 인상의 후유증은 현재 급증한 가계부채에 직격탄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경쟁적으로 올리다보니 코로나 극복을 위해 빚을 낸 가계와 소상공인들에게는 이자폭탄인 셈이다. 추경을 통해 수차례 재난지원금과 손실보상금을 지원했어도 결국 금리 인상이 블랙홀처럼 상쇄시키는 꼴이다. 치솟는 물가를 잡겠다고 금리 인상 카드를 들고 나왔지만 가계부채에다 이자폭탄으로 더 옥죄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치솟는 물가와 전례가 드문 금리 인상 경쟁은 돈 없고 빚으로 연명해야 하는 서민에게는 고통만을 가중시킬 뿐이다.
이 와중에 16일 정부는 새 정부 경제정책을 발표했다. 윤석열 정부가 앞으로 5년간 실행할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이다. 경제운용의 중심을 민간과 기업으로 바꾸고, 감세와 규제 완화 등을 통해 경제를 살리겠다는 구도이다.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내리고, 기업에 대한 각종 세제특례 제공과 가업을 이을 경우 상속세 납부 유예, 최고경영자(CEO) 형사처벌 완화 추진 등이다. 노동자와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중대재해처벌법과 공정거래법 등도 손질하겠다고 했다. 정부가 초과세수를 고려해서 가불 추경까지 한 마당에 오히려 대기업과 부자들에 대한 세금 감면에 총대를 멘 경제정책 운용방향이다. 초과세수의 일등 공식겪인 재산세·종부세에 적용되는 공정시장가액비율(과세표준을 정할 때 적용하는 공시가격의 비율) 하향조정, 한시적 특별공제 도입 등도 밝혔다. 기업과 부자들이 잘 살아야 낙수효과가 이어져 서민들도 혜택을 볼 수 있다는 구도로 보인다. 미국과 유럽은 법인세를 인상하는 추세에 우리는 거꾸로 내리는 친 기업 부자 정책을 천명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금리 인상은 경쟁적으로 하고 있다.
기업의 법인세를 낮추고 부자감세 정책은 이미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세금을 줄이고 규제는 풀는 소위 ‘줄푸세’ 정책이었지만 성공했다는 평가를 못 받았다. 미국발 금융위기와 공급측 과잉에 따른 조선과 해운 그리고 건설사 등의 동반 부실로 구조조정이라는 혹독한 후유증만을 남겼다. 지금은 공급망 교란에 따른 물가 폭등과 이를 진정시키려는 금리 인상이라는 또 다른 변수에 노출된 건 서민과 소상공인들이다. 규제철폐라는 미명하에 대기업과 부자들에게만 편중된 정책은 경제적 양극화와 사회적 불평등의 격차만 벌일 뿐이다. 경제적 양극화 원인을 찾아 이를 좁히고, 사회적 불평등을 줄이는 경제정책이 먼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