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재난안전뉴스 최종걸 편집인 | 누구나 살아가면서 이런 저런 찬스를 쓴다. 그 찬스가 개인적일 때는 그 개인에 국한된다. 하지만 그 찬스가 공직일 때는 문제가 달라진다. 소송의 빌미가 되기도 하고 지금처럼 신구권력간 이해충돌시기에 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고위공직자들에게는 더욱더 그렇다. 귀한 자리를 탐하다가 그동안 치부가 들통나 결국 낙마하는 경우도 봐왔다.
하지만 여전히 돈도 실력이고, 백도 실력이고, 찬스도 실력이라는 세상인 것 같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본인과 함께할 내각 후보자들의 면면을 보니 그렇다. 돈 백 찬스 세 가지에 모자람이 없는 인물을 고르는데 얼마나 애를 썼을까 할 정도이다. 물론 이전 정부때 총리와 장관후보자들도 더러 있었다. 어떤 이는 지난 행적이 들춰질 기미를 보이자 청문회 전에 서둘러 떠났고, 어떤 이는 아예 손사래를 치며 고위공직을 고사했다. 이번에는 기를 쓰고 내가 뭐 어때서라는 변명이 주류를 이룬다.
쓴웃음을 짓게 한 아빠 찬스와 엄마 찬스 예가 있다. 박근혜 정부 때 서슬이 시퍼렀던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아들이 의무경찰에 입대시 서울경찰청 차장 운전병으로 옮긴 사례는 우리 사회에 백 찬스란 이런 것이라는 것을 보여줬다. 지금처럼 고위공직자의 주변을 검증하는 국정감사때 당시 서울청 차장은 “(우병우 수석 아들 우 씨)가 "코너링이 굉장히 좋았다. 북악스카이웨이 길이 코너와 요철이 많다. 운전 서툰 사람들은 어려울 수 있는데 요철도 굉장히 '스무스하게' 넘어갔고 굉장히 좋았다"라며 자신의 운전병 선발이유를 밝혔다.
아빠 찬스가 아니라 아들이 코너링이 좋아서 선발했다는 절묘한 변호였다. 우 씨가 민정수석 아들이 아니었다고 해도 그리 변호했을까를 생각하면 쓴웃음만 나올 소리였다. 그 시기 또다른 국정농단의 장본인 최서연(최순실) 딸 또한 이대 입학이 확정된 2014년 12월 경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능력이 없으면 너희 부모를 원망해. 돈도 실력이야"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돈도 빽도 찬스도 실력이라는 것을 노골적으로 거침없이 내 뱄은 말들이었다. 일말의 염치도 없는 실력있는 이들의 안하무인격 언사들이다.
찬스가 넘치는 사회는 정상적인 사회라 할 수 없다. 찬스는 기회일 수 있을지는 몰라도 여기에 돈과 백이 더해지면 부정부패의 또다른 말이나 다름없다. 우리는 상단 대통령부터 말단 공무원까지를 공무원이라 한다. 산업계는 사람을 구하지 못해 아우성인데 전국 학원가 주변에는 9급 공무원이라도 도전하려는 공무원 시험 준비에 재수는 기본인 세상이다. 아무리 능력이 있어도 자리가 없으면 그 능력을 펼칠 수 없는 세상의 단면일 수 있다. 법과 제도를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수행해야할 공무원에 대한 열기가 이리도 높은 것이라면 미래 희망을 가져볼만도 하다. 미관 말직도 자리가 있어야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때 유행했던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처럼 말이다. 그런 세상에 재 뿌리는 게 찬스 세상 아닌가. 돈과 찬스와 빽이 능력이라고 우기는 건 공직과는 별개의 세상에서나 할 소리다. 어느새 우리는 공직사회를 돈과 찬스와 백을 겸비한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 이중에는 국민 눈높이에 도적적으로나 윤리적으로도 거리낄게 없다고 목청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 눈높이 기준은 어느 높이인지 족집게 도사처럼 선문답을 한다.
다음 주부터 청문의 시간이 온다. 이번 청문의 적격 기준은 찬스라는 화두가 등장했다. 찬스 사용여부와 실적이다. 찬스 실적이 총리와 장관을 지명하는 실력과 능력 선발 기준이라면 기대는 접어야 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