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재난안전뉴스 최종걸 편집인 | 법을 심판하는 사람에게도 법 이전에 사람에 대한 연민은 있을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2일 오후 대구 달성군에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저를 방문해 “인간적인 안타까움과 마음속으로 갖고 있는 제 미안한 마음을 말씀 드렸다”고 밝혔다. 그게 사람의 도리라고 본다. 윤 당선인이 대통령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특별검사 팀장시절 수사로 사면이 아니었으면 20년이라는 세월을 옥중에서 보냈어야만 했던 인간적인 마음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그 인간적인 마음이 범죄행위까지 포괄할 수는 없다.
하지만 윤 당선인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했던 일들, 정책에 대해 계승도 하고 널리 홍보도 해서 박 전 대통령께서 제대로 알려지고 명예를 회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인간적 위로에 그쳐야할 방문이 다분히 정치행위로 보인다. 대통령직에서 넘어서지 말아야할 다양한 위법행위로 국회와 헌법재판소에서 탄핵됐고, 파면된 대통령의 무엇을 계승하고 홍보하겠다는 이야기인지 의문을 남겼다. 인간적 미안함 마음만으로도 충분히 도리를 다했다는 평가를 부정하는 발언으로 보인다.
지난 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는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탄행소추의견에 대한 최종 주문에서 “헌법, 국가공무원법, 공직자윤리법 등을 위배한 것입니다...결국 피청구인(박근혜 대통령)의 위헌·위법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배행위라고 보아야 합니다. 피청구인의 법 위배행위가 헌법질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과 파급효과가 중대하므로,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고 할 것입니다. 이에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을 선고합니다.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라고 했다. 국회가 청구한 위법내용에는 5개유형의 헌법 위배행위와 4개 유형의 법률 위배행위로 헌법재판소 결정문에 적시돼 있다. 결정문 내용에는 박근혜 대통령과 최서원(최순실)씨간에 교감한 위법사항들이 구체적으로 나와있다. 이게 나라냐라고 할 정도이다. 최서원씨가 박근혜 대통령을 상대로 한 국정농단 사례들이다. 대법원도 법률 위법행위를 들어 징역 20년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윤 당선인이 누구보다도 특별검사로 수사했던 만큼 그 범죄행위에 대해 알고 있으리라 본다. 그럼에도 무엇을 홍보하고 널리 알리겠다는 것인지 아리송할 뿐이다.
흔히 지나친 겸손을 들어 과공은 비례라는 말을 쓴다. 우리 헌정사에 전임 대통령들의 현직과 퇴임 후를 보면 대부분 비운으로 점철됐다. 국민이 베푼 호의를 헌신짝 버리듯 국민에게 사과는 커녕 마치 염치를 모르는 처신으로 국민의 원성을 스스로 초래했다. 그것도 현직에서 무능과 부패로 물러난 전직 대통령을 찾아가 과도한 정치적 발언을 남긴 것은 이에 동의하지 않는 국민에게 유감만을 남길 뿐이라고 본다.
윤 당선인이 현직 검사시절 범죄혐의로 수많은 사람을 구속수사했던 것을 인간적 마음으로 미안함 마음이 든다면 끝이 없을 것이다. 그건 자유인 신분으로 표시해도 늦지 않다. 하지만 윤 당선인은 곧 제 20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취임하는 당선인 신분이다. 내키는 대로 처신할 수 없는 처지이다. 특히 곧 있으면 헌법과 법률을 준수해야 할 대통령 신분이기 때문이다.
검사와 판사 그리고 변호사 등 법률가가 아니라도 상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사리분별은 할 줄 안다. 그 상식을 넘어선 사람을 가려내기 위해 법이 존재하는 것이다. 인간적 마음과 법을 넘는 것을 혼동하지 말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