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재난안전뉴스 최종걸 편집인 | 권불십년(權不十年)이 10리도 못가서 발병 났다. 불문율로 정착한 듯한 소위 정권 10년 룰이 깨졌기 때문이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10년에 이어 이명박 박근혜 정권 10년을 되돌린 문재인 정부는 후임자에게 바턴을 넘겨주지 못했다. 애써 위로하자면 전 정권에서 밀려난 사람을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에 발탁해서 국정을 함께 했으니 10년정권이라 할 수도 있을지도 모르겠다.
국민은 지난 5년간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입법부인 국회와 지방자치단체장에까지 모든 것을 응원했다. 그래서 돌아온 건 폭등하는 부동산 덕분에 날아온 건 세금고지서 이었다. 폭등은 좋았는데 세금은 부담스러웠다. 40%가 넘는 집없는 이들은 내집 마련은 꿈속에서조차 꾸기 어려운 지난 5년이 됐다. 그 집을 지키기 위해 가문의 영광이라 여길만한 청와대 공직마저 버리고 집을 지키러 미련없이 떠났다. 수도 서울과 제 2수도라는 서울과 부산시장은 성추문으로 한 사람은 비운에 갔고 또 한사람은 구속됐다. 그 꼴을 지켜본 민심은 이반이라는 독버섯으로 자랐다. 독버섯처럼 자라고 있는데도 정부도 당도 20년정권, 50년정권이라는 노욕에 취해 못 본 척했다.
이번 선거결과를 보면 수도 서울의 분노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31만표라는 패배를 안겼다. 초박빙차인 전체 24만여표차에 결정타를 준 셈이다. 서울의 분노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집값 폭등 진원지다운 민심이반이다.
지난 2017년 3월 9일 치러진 19대 대선때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41.08%로 1342만3800표)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24.03%인 785만2849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21.41%인 699만8342표),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6.76%인 220만8771표), 심상정 정의당 후보(6.17%인 201만7458표)보다 다자구도속이지만 2위 후보와 두배 가까운 승리였다.
반면 5년뒤인 2022년 3월 9일 20대 대선후보 결과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48.56%로 1639만4815표)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47.83%로 1614만7738표)보다 24만7077표, 득표율차 0.73%로 기적처럼 신승을 거뒀다. 19대 다자구도와 20대 양자구도의 정치지형의 변화마저도 수용하는데 한계를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흔히 이야기하는 거대 의석이라는 텃밭에 대한 느긋함이 정권교체에 대한 절박함을 간과했다고 볼 수 있다.
현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진보라 할 수 없을 정도로 이미 보수화된 정권의 맛을 국민의힘과 번갈아 공유하고 있다. 촛불이 위탁한 정권의 맛을 즐길 줄 만 알았지 국민과 함께 하지 못한 결과는 이번 대선 결과였다. 단맛보단 쓰디쓴 패배의 뒷맛이었다. 국민은 위탁한 정권을 잘못 휘두르면 어떤 결과가 기다린다는 것을 엄중하게 물은 것이다. 행정부, 입법부와 지방정부까지 장악한 문재인 정부는 못할 게 없을 것처럼 보였다. 개혁과 공정 그리고 나라다운 나라를 금방이라도 실현시킬 것 같았지만 그 힘은 10년은 커녕 5년만에 소진됐다.
청와대 행정부와 국회 입법부간 정권내부의 정치 위기관리가 엇박자 나는 모습이 반복되면서 공정이 불공정으로 둔갑했다. 부동산 대책을 총괄하는 국토교통부는 집값은 폭등하는데 무대책만 남발했고, 공정을 사수해야할 법무부와 검찰은 5년 내내 내부 교전에 눈코 뜰 새 없었다. 국회에서는 과반을 넘어 헌법외에 뭐라도 다 할 수 있었던 180석 의석을 거머지고도 개혁입법은 국민의 피부에 와닿지 않았다. 그 사이 국민은 하나 둘 떠나갔다.
나를 알아주는 이를 위해 화장을 하고 목숨을 거는 건 오랜 역사가 들려준 신뢰의 또 다른 말이다. 민심도 이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이번 투표가 보여준 것이다. 패자에게 쓴 소리는 쓰리겠지만 와신상담은 정권을 빼앗긴 것보다는 쓰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