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대홍수 사망 200명 넘어서..."인재 사고다"

강과 하천에 물이 넘치면서 퇴근길 차 안에 있던 사람들이 참변
희생 커진 이유는? 홍수참사 인재…"목까지 물찼는데 대피문자 뒤늦게 왔다"
8시간만에 1년치 강우…늑장행정도 홍수 피해 키워
기후변화 적응 실패…대응할 수 있는 새 경보체계 절실

 

한국재난안전뉴스 이계홍 기자 | 스페인에 최악의 홍수가 들이닥쳤다. 약 일년의 비가 단 하루 만에 쏟아졌다. 인명 피해만도 200명이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홍수가 수습되면 사망자가 더 늘 것으로 보인다. 이들 중에는 강과 하천에 물이 넘치면서 퇴근길 차 안에 있던 사람들이 변을 당했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기습적 폭우가 휩쓸고 간 스페인 동부와 남부 지역은 참혹한 현장 바로 그것이라는 외신이 잇따르고 있다.  EPA, AP 등 외신이 스페인 기상청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29일 발렌시아 서쪽 치바에서 이날 새벽부터 8시간 동안 1m²당 491리터의 비가 쏟아졌다. 이는 이 지역의 통상 1년치 강수량이라고 스페인 기상청은 설명했다.


그로 인해 강물이 범람하고, 주택이 침수되면서 대규모 인명·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외신에 따르면, 폭우에 떠밀려온 차량 수십 대가 철로 위에 뒤엉켰다.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하듯 주택가에도 쓰러진 나무와 진흙더미 속에 차량이 파묻혔다는 것이다. 이날 홍수로 이 시간 현재 사망자가 205명이라고 재난 당국은 밝혔다.  폭우로 숨진 사람은 이렇게 200명을 넘어섰으나 숫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희생자 대부분은 퇴근길 차 안에 있다가 갑자기 불어난 하천에 휩쓸렸다.

 

지역 주민들은 스페인 당국의 무능, 늑장 대처가 불러온 인재라고 비판하고 있다. 폭우가 시작되고서야 긴급 재난 경보를 보내 시민들이 피하기엔 너무 늦었다는 것이다. 가장 피해가 큰 발렌시아 지방은 급속한 도시화로 배수 시설을 충분히 갖추지 못해 피해가 더 커졌다.


지역 주민에 따르면,  재난이 닥쳤는데도 행정 당국이 구호 자원도 투입하지 않고, 주민을 내버려두었다고 말했다.  이번 스페인 물난리는 1973년 10월 홍수로 300명이 숨진 이후 최악의 인명 피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기후 전문가들은 기후 변화가 강수량의 강도에 영향을 미치고 있고, 그 변화 속도도 매우 빠르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분석했다.

 

 "왜 스페인 대홍수는 200명 넘는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갔을까." 스페인 발렌시아 등 남동부 지역에 지난 달 29일(현지시간) 쏟아진 기습 폭우로 최소 205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되면서 이 같은 대참사를 야기한 원인에도 관심이 쏠린다.

 

기상학자들은 이번 폭우가 '고타 프리아'(gota fria·차가운 물방울)라고 불리는 기후 현상이 지구 온난화로 증폭되면서 발생한 것으로 분석한다. 이 시간에 이베리아반도의 찬 공기가 지중해의 따뜻하고 습한 공기와 만나 강력한 비구름을 형성하는데, 기후 변화로 인해 지중해 공기의 온습도가 예전보다 더 높아지면서 강력한 비를 뿌렸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대참사의 규모가 기후 요인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는 견해가 많다.특히 현지에서는 주민들이 재난을 피할 수 있도록 적시에 경보 시스템이 발동됐는지를 놓고 거센 비판이 일고 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스페인 기상청이 폭우 '적색경보'를 발령한 때부터 지역 주민들에게 긴급 재난 안전문자가 발송되기까지는 약 12시간이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기상청이 경보를 적색으로 격상한 시각은 29일 오전 7시 36분인데, 주민들에게 첫 안전문자가 간 시각은 같은 날 오후 8시12분이었다는 것이다.

 

발렌시아의 한 주민은 홍수가 그의 차를 덮친 뒤에야 휴대전화로 대피하라는 메시지를 받았다고 현지 언론에 전했다.그는 "8시쯤, 한 시간 동안 목까지 물에 잠겨 진흙을 삼키고 있을 때, 경보 소리를 들었다"며 당시 급박한 상황을 회상했다. 안전문자 발송 결정이 지연되는 동안 물이 삽시간에 불어나면서 주민들이 생명의 위협을 받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 셈이다.

 

바르셀로나 도시 환경정의·지속가능성 연구소 소장 이사벨 앙겔로브스키는 홍수가 거세고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뒤늦게 발송한 문자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일각에선 안전문자의 내용 또한 너무 모호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날 오후 8시12분에 전송된 첫 문자는 "어떠한 종류의 이동도 피하라"는 간단한 내용만 담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 뒤 오후 9시께 전송된 두번째 문자는 집에 머물거나, 강이나 협곡에 가까운 곳에 거주하고 있다면 더 높은 곳으로 이동하라고 안내했다고 한다.

 

스페인 알리칸태대 기후관측소장인 호르헤 알시나는 사업장을 폐쇄하라고 권고하거나, 대피소에 가야할 주민들을 특정하는 등 구체적인 지침을 제공할 필요가 있었다며 이같은 정보가 담긴 신속한 문자는 도움이 됐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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