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실효적 대책을 요구하는 고령화와 고독사 지적들

한국재난안전뉴스 최종걸 편집인 | 국내외 기관들이 우리나라의 고령화와 고독사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구체적인 수치들이 잇따르고 있다. 무디스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그리고 피치 등 세계 3대 신용평가 회사들까지 한국을 포함한 인구 고령화 국가들의 신용등급 변동 요인 중 하나로 고령화를 지적하고 나섰다. 고령화가 미칠 경제적 파장을 살펴본 것이다. 급격한 고령화로 세계 주요국의 국가 신용등급이 ‘투자 부적격(정크)’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저출산·고령화가 특히 심각한 한국, 중국, 대만 등은 2050년경 최악의 신용등급 강등 위기를 맞이할 수도 있다고 한 발 더 나갔다.

 

지난 17일(현지 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이들 3대 신용평가사는 인구구조 변화와 전 세계적 금리 인상 기조가 맞물려 연금 및 의료보험 비용이 급증하는 등 국가 경제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봤다. 이들은 “과거에는 인구통계가 국가 등급 평가의 중장기적 고려 사항이었지만 이제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노동인구 감소와 정부 지출 부담이라는 두 가지 난제에 대한 대처가 시급하다고 주문했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도 18일 한국의 인구구조 변화로 국내총생산(GDP)이 매년 1.2%씩 줄어 2050년에는 2022년 대비 28.4%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을 했다. 한경연은 유엔 인구자료를 인용해 2050년 한국 인구가 4577만1000여 명으로, 지난해(5181만6000여 명)보다 11.7%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2050년 생산가능인구(14~65세)는 2398만4000여 명으로, 지난해보다 34.8%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생산가능인구 감소 속도가 총인구 감소보다 약 3배 빠른 수치다. 경제의 중추인 생산가능인구는 가파르게 줄고, 부양해야 할 인구는 늘어나 재정 부담 증가와 미래 투자 감소 등이 나타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앞서 세계적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도 현재 세계 경제 규모 12위로 선진국에 진입한 우리나라가 불과 30년 뒤인 2050년, 인도네시아와 나이지리아 등의 국가에 밀려 세계 15위권 밖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했다.

 

고령화가 경제에 미칠 파장 못지않게 고독사 또한 사회적 질병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통계도 심상치 않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1인 가구 9400여 명을 대상으로 사회적 교류, 식사 횟수 등을 토대로 추정한 결과, 우리나라의 고독사 위험군이 153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1인 가구가 717만명 중 5명 중 1명이 위험군에 노출돼 있다는 것이다. 고독사는 ‘가족 친척 등 주변 사람과 단절돼 홀로 사는 사람이 혼자 임종을 맞고, 시신이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에 발견되는 죽음’이다. 정부가 지난해 처음으로 실시한 관련 실태조사 결과는 고독사가 일상화되고 있고 가파르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고독사는 2017년 2412건에서 2021년 3378건으로 5년 사이 40%나 늘었다. 전국에서 하루 평균 거의 10건씩이다. 고독사는 고령층뿐만 아니라 각기 다른 연령대에서 골고루 나타나고 있다. 2021년 기준으로 고독사의 74.2%가 40~60대에서 일어났다. 40대는 15.6%, 50대는 29.6%, 60대는 29.0%다. 70대와 80대는 합쳐서 18.5%로 상대적 비중이 작다. 이혼으로 인한 가족관계 파탄, 1인 가구 증가, 실직으로 인한 경제적 압박 등이 고독사의 주된 원인으로 분석했다. 고령화와 함께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사회적 현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 추이를 볼 때 고독사 위험도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7년 한국을 방문한 크리스틴 라가르드 당시 국제통화기금(IMF), 현 유럽연합중앙은행 총재는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한국 사회의 모습을 '집단 자살(Collective Suicide) 사회'라고 지칭했다. 저출산에 고령화가 깊어지면 어쩔 수 없는 고독사 또는 노인들의 죽음을 함축적으로 지적한 발언이다. 역대 정부가 지난 2006년부터 15년간 저출산 사업에 380조원의 예산을 투입해왔지만, 출산율은 오히려 2006년 1.13명에서 2022년 0.78명으로 급감하는 더 이상 아이를 낳지 않는 이른바 ‘집단 자살 사회’의 초입에 진입했다는 통계이다.

 

고령화와 고독사 증가는 정부의 그간 대책에 대한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는 방증이다. 고령화와 저출산에 따른 인구 절벽은 재난을 넘어 재앙일 수 있다. 사회가 지속가능할 수 있는 적당한 인구구조는 사회존속의 필수조건이다.  ‘집단 자살'이라는 뼈아픈 말을 되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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