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영업사원'은 능력과 실력을 보여줘야 한다

한국재난안전뉴스 최종걸 편집인 | 윤석열 대통령이 다음 달 26일 미국을 국빈 방문한다. 미국은 윤 대통령을 국빈으로 초청했지만 주고받아야 할 선물에는 큰 차이가 있어 보인다. 우리는 미국이 요구하면 할 때마다 줬지만 받아야 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서 윤 대통령 스스로 대한민국 대표 영업사원을 자처한 만큼, 이번 미국 국빈 방문 때 능력을 보여줘야 할 기회가 왔다. 국빈 방문 때 다뤄야 할 의제들이 무겁기 때문이다. 전기차 배터리 보조금에 이은 반도체 지원법 그리고 칩4(한국 미국 일본 대만 반도체 동맹)와 쿼드(Quad 미국, 일본, 호주, 인도 협의체) 참여 등이 우리가 직면한 의제이다. 우리에게 참여를 종용할 것으로 보인다. 쿼드는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인도·태평양 봉쇄전략의 일환이라 벌써 중국 측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우리 정부도 쿼드 실무그룹 참여에 속도를 내겠다고 한 만큼 미국에는 무한대로 퍼주고 중국에는 스스로 따돌림당하는 길을 걷고 있다.

 

오늘은 윤 대통령이 당선 1주년을 맞이한 날이기도 하다. 그리고 취임이후 유행시킨 말이 영업사원이다. 그 때문인지 요즘은 대통령부터 장관 그리고 도지사까지 모두 영업사원을 자처하지만 영업 실적을 놓고 다양한 공방전을 펼치고 있다. 영업사원 실적을 놓고 먼저 포문을 연 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었다. 한 장관은 지난 2월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 요청 이유를 설명하면서 “영업사원이 100만원짜리 휴대폰을 주인 몰래 아는 사람에게 미리 짜고 10만원에 판 것”이라며 “여기서 주인은 90만원의 피해를 본 것이지, 10만원이라도 벌어준 것 아니냐는 변명이 통할 수는 없을 거다. 단군 이래 최대 치적이 아니라 최대 손해”라고 말했다. 다분히 영업사원은 이 대표로 지칭한 언급이다. 성남시에 개발이익은 10만원이고 나머지 90만원은 대장동 개발 사업자들이 차지했다는 비유로 이 대표를 깎아내린 듯한 표현이다. 대장동 개발이 단군 이래 최대 치적이라는 이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이다.

 

이재명 대표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지난 8일 "윤석열 대통령 스스로 대한민국 영업사원 1호라고 자칭해왔는데 정작 할 일은 한 게 없는 것 같다. 일반 회사 같았으면 바로 해고됐을 영업 실적 아닌가 싶다"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미국 반도체 지원법 대응 긴급 간담회에서 미국이 발표한 반도체 보조금 심사기준을 두고 "상황이 이렇게 되기까지 정부가 뭘 했는지 답답하다"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이재명 대표도 특히 반도체 지원법을 두고 그렇게 할 말은 아닌 것 같다. 제1야당 1호 영업사원이라면 미국이 반도체 지원법까지 들고나올 때 삼성과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계를 어떻게 도울지를 입법화하는 데 앞장섰어야 했다. 아직도 반도체 업체에 대한 세액공제 한도를 놓고 여야 그리고 정부안이 충돌돼 국회에서 표류 중이기 때문이다.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 겸 부총리도 지난 8일 주한미국상공회의소가 주관한 주한 미국기업대표단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우리나라가 외국인 투자 1번지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전 부처가 영업사원이라는 각오로 우호적인 투자환경 조성에 진력하겠다”라고 말했다. 대한민국 경제정책의 1호 영업사원의 다짐이겠지만 무역적자는 사상 최대로 나날이 이어지고 있고 물가는 돌아서면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그 다짐에 왠지 마음에 와닿지 않는다. 

 

영업사원이라는 말은 매출의 확보를 통해 기업의 성장에 기여하는 전문가라는 점에서 함부로 쓸 표현은 아닐 수 있다. 마치 극지의 한파가 몰아치는 북극에서도 냉장고를 팔 수 있는 내한과 능력을 겸비한 전문가들이기 때문이다. 대통령부터 여야 그리고 정부 부처 장관들까지 영업사원으로 나서고 있는데 돌아가는 모양은 의도대로 돌아가지 않은 모습니다. 제대로 영업사원의 모습을 빨리 보여주고, 가시적 성과가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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