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깊어가는 사상 최악의 무역적자...수출 길 가로막는 미국 동맹 맞나

한국재난안전뉴스 최종걸 편집인| 추석 연휴동안 미국 정부가 또다른 미국 우선주의를 밝혔다.  바이오 의약품 등 생명공학 분야에서도 미국 내 연구와 제조를 공식화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법에 이어 바이오·제약 등 핵심 산업에 대한 자국내 생산을 확대하고 나선 것이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바이오 분야의 미국 내 생산을 골자로 한 '국가 생명공학 및 바이오 제조 이니셔티브'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런 와중에 이달 들어 1∼10일까지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24억4천3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무역수지는 4월(-24억7천600만 달러), 5월(-16억달러), 6월(-24억8천700만달러), 7월(-48억500만 달러), 8월(-94억7천400만달러)로 6개월 연속적자이다. 6개월 이상 연속 적자는 지난 25년만에 처음있는 일이라고 한다. 올 들어 이달 10일까지 누적 무역적자는 275억5천100만달러로 잠정 집계됐다. 그런데도 미국은 자국산 우선도 모자라 우리 주요 수출국인 중국에 대한 수출규제도 법으로 단정하고 있다. 이런 식이라면 우리 무역적자는 깊은 수렁에서 벗어날 길이 없다.

 

‘바이 아메리카’, ‘아메리카 퍼스트’는 다름 아닌 미국내 생산물만 우대하겠다는 미국의 신종 보호무역주의이다. 세계무역기구(WTO)나 자유무역협정(FTA)는 미국이 각국의 장막을 걷어내기 위해 주창한 가치이고 기치였지만 ‘바이 아메리카’와 ‘아메리카 퍼스트’는 그런 가치와 기치는 장롱 속으로 가둔 꼴이 됐다.

 

우리말에 정도껏 하란 말이 있다. 미국의 주요 매체들도 도널드 트럼프에 이어 조 바이든 대통령의 미국식 갖가지 동맹 정책에 대해 비판에 나서고 있지만 언제 또 어느 법을 들고 미국을 따르라고 할지에 대한 우려는 우리의 무역적자폭만큼이나 깊어지고 있다. 우리 뿐만이 아니다. 유럽연합(EU)도 일본도 미국식 동맹에 대해 더 이상 못 참겠다는 분위기다. 미국산 우선주의가 WTO나 FTA에 저촉되는지를 본격적으로 검토에 나섰기 때문이다.

 

반도체, 전기차 베터리에 이어 추석 연휴사이에 생명공학산업까지 들고 나왔다. 시장은 미국만 있는 게 아니다. 미국만 한정할 경우 전 세계는 공급과잉에 직면할 수도 있다. 특히 디램(DRAM)반도체의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세계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판에 주요 소비처인 중국시장을 견제하면 당장 삼성과 SK하이닉스는 진퇴양난에 빠질 수 있다. 삼성이 미국 11개곳에 디램과 시스템반도체 공장을 설립해서 생산한다 해도 주요 소비국인 중국에 대한 판매를 규제한다면 더욱더 그렇다.

 

올해 들어 이달 10일까지 누적 무역적자 275억5천100만 달러는 이미 연간 기준 역대 최대인 지난 1996년 206억2천400만 달러를 훌쩍 넘어섰다. 미국이 국내 삼성, SK, 엘지 3사 전기차배터리와 현대기아차 전기차 수출을 자국시장 뿐만 아니라 중국 시장 진입마저 견제한다면 무역적자는 깊어질 수 밖에 없다. 특히 생명공학산업마저 법으로 수출 길을 차단한다면 당장 송도와 영주에 가동중안 삼성바이오로직스나 SK바이오사이언스도 일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지금 한국을 포함한 각국은 4차산업 혁명이라는 초격차의 기술전쟁에 나서고 있다. 그 기술전쟁은 각국의 협업과 경쟁 속에서 진행되고 있는 마당에 그 협업을 차단하는 게 미국의 미래를 위한 정책이자 동맹의 가치라면 동의할 수 없다. “‘왜 미국인가?’에서 ‘왜 미국이어나 하나?’”로 바뀔 수 있다.

 

지난 2일 미국의 유력매체인 블룸버그는 한국산 전기차가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된 사태를 “배신당했다”고 타전한데 이어 10일에는 유럽연합이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세계무역기구(WTO) 규정 위반인지를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앞서 지난 5월21일 한-미 정상회담 뒤 공식 만찬장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한-미 동맹이 첨단기술 동맹과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건배를 했고, 바이든 대통령은 “위 고 투게더(우리 함께 갑시다)”라고 화답했지만 돌아온 건 한국산 차별이었다. 미국 언론들은 이를 두고 바이든 대통령은 건배 때만 “위 고 투게더”만 외친다고 비꼬았다. 오죽했으면 자국 대통령의 이중 플레이를 비판했겠는가.

 

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18일부터 5박7일 동안 영국, 미국, 캐나다를 방문한다고 한다. 가서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거든 ‘위 고 투게더’가 무슨 의미인지 답을 요구하고, 동맹의 가치가 무엇인지 다시 확인하기 바란다. 국민에게 가난을 참아야한다고 말하는 대통령이 돼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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