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국식 동맹은 동맹 고사전략인가

한국재난안전뉴스 최종걸 편집인 | 올 들어 지난 8월까지 우리나라 누적 무역적자는 247억 달러이다. 지난 1956년 수출입 통계를 작성한 이후 66년 만에 사상 최대 무역적자를 기록중이다. 무역적자에 이어 경상수지마저 적자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고 보면 연말까지 그 적자폭은 확대될 수 밖에 없다. 적자의 근본적인 요인을 들라면 에너지와 곡물 공급망 차질에 따른 원자재값 급등이 주범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전 세계 에너지와 곡물 난을 촉발시켰기 때문이다.

 

미국이 주도 한 유럽과 우리나라 등은 동맹이라는 이름으로 러시아 제재에 동참해 사실상 러시아로부터 가스와 원유 그리고 곡물 수입을 스스로 차단했다. 30년전 대 공산권과 북방외교로 개방을 한 이래 역으로 스스로 빗장을 잠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전쟁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고 언제 끝날지 모르는 형국이다. 그만큼 인접국인 유럽연합과 우리나라 등은 에너지 가격 파동에 눈덩이처럼 늘어나는 무역적자에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누구를 위해 우리는 이 깊은 어둠의 터널을 선택했는지 자문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동맹은 시름하고 있는데 동맹의 가치와 기치를 내건 미국은 제조업 부활을 외치면서 동맹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을 주저하지 않고 있다. 기술 유출을 내세워 투자유치를 강요하면서도 겉으로는 미국의 질 좋은 노동환경으로 포장하고 있다. 한국에 반도체 공장 설립이 미국보다 1/3의 비용밖에 안 들어 한국에 투자하려던 대만 반도체 회사를 설득해 미국에 유치했다고 대놓고 자랑하고 있는 미국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이후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 워크(IPEF)와 ‘칩4 반도체 동맹’ 그리고 전기차 배터리까지 미국 중심으로 동맹을 요구하고 있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명분이라지만 낙후된 미국의 제조업을 부활시키기고 미래 산업의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의도가 분명하다. 그런데도 우리 외교는 불과 몇 개월 사이에 미국 하자는 대로 다 하면서도 들리는 소리는 역차별의 연속이다. 올해들어 삼성과 현대, 엘지와 SK하이닉스 등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미국에 반도체, 자동차, 전기차배터리 등 첨단 공장에 80조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올해 미국에서 외국인 직접투자와 생산시설의 미국 내 이전으로 만들어진 신규 일자리 약 35만개 중 3만5403개에 달한다. 미국내 일자리 창출 기여도 1위를 한국 기업이 떠맡았다고 한다. 어느 동맹보다 한국처럼 미국에 물심양면 기여한 나라는 없을 것이다. 동북아시아 최전선을 방어하는 것도 모자라 주요 경제동맹인 중국마저 외면하는 듯한 미국식 IPEF와 칩 4 그리고 전기차 배터리까지 미국편에 주저 없이 편들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누구 편들 상황이 아니다. 수입으로 수출을 해야 하는 무역으로 생존해야하는데 어느쪽을 외면할 수 없다. 30년 전 중국과 러시아 등 공산권과 북방외교가 없었다면 우리 경제의 비약적 성장은 요원했을지도 모른다. 중국과 러시아는 지난 30년간 우리 수출입의 30%을 차지할 만큼 경제적 우방으로 함께 해왔기 때문이다. 그런 우방을 이제와서 거리를 두라는 미국식 강압외교에 우리 경제는 내우외환이 깊어지고 있다. 얼마나 더 깊어져야 이건 아니라고 말할지 우려만 높아지고 있다.

 

우리 4대기업이 미국에 투자하려는 계획과 대만 반도체 기업이 한국에 50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 공장을 짓었을시 고용창출 1500여명을 포함하면 3만7000여명의 고급 일자리가 국내에서 가능한 일이었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은 지난 2월 세계 3위의 반도체 웨이터 생산업체인 대만 글로벌웨이퍼스가 50억달러(6조9천억원 규모)의 공장을 한국에 투자하려는 계획을 낚아채 미국 텍사스 서먼에 유치한 사실을 6일 월스트리트가 보도했다. 본인은 자랑일지 몰라도 우리에겐 동맹이라는 올가미로 무엇이 더 부족해 어디까지 사지로 내몰 건지 냉정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자각의 계기가 돼야 한다. 치솟는 환율은 조만간 달러당 1400원도 거침없어 보인다. 오늘 외환시장에서 달러화가 하루아침에 10원을 뛰어넘어 1380원도 돌파했기 때문이다. 수출보다 수입이 확대되고 있는 수출입 구조상 환율이 치솟으면 무역적자폭은 더 확대될 수밖에 없다. 언제까지 넋 놓고 방치해야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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