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용산 대통령 집무실 결단처럼 규제철폐도 속전속결 하라

뿌리 뽑아야 할 것은 규제폭탄

한국재난안전뉴스 최종걸 편집인 | 대통령 집무실이 청와대에서 용산 국방부 청사로 옮기는 첫 조치가 취해졌다. 6일 김부겸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서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의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는 데에 쓰일 360억원 규모의 예비비 지출안이 통과됐기 때문이다. 왕조시대에 왕실이 옮기는 소위 천도는 신라, 고려, 조선 등으로 이어지는 동안 수백 년 단위로 옮겼다. 경주, 개성, 그리고 서울이다.

 

서울의 경우 조선시대때부터 일제 강점기 그리고 해방이후 문제인 대통령시절까지 그 주변이었다. 대략 630여년 왕과 대통령이 집무했던 곳이다. 그곳을 전광석화같이 옮기기로 결정했고 결정한지 37일여만에 본격적인 절차에 착수한 것이다. 대통령 집무실이 전혀 다른 공간으로 이전하는 것은 천도나 다름없는 지각변동을 예고한다고 볼 수 있다. 수백 년이 걸리는 집무실 이전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당선되자마자 공약대로 이전결정을 했기 때문이다. 제왕적 권위의 상징을 청와대로 규정하고 탈권위를 표방한 정치적 행위로 보인다.

 

대통령 집무실을 옮기기로 결정했고, 또 옮기는 절차에 착수 했으니 대통령 집무실은 집권자의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옮길 수 있다는 물꼬를 튼 셈이다. 한발더 나아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용산 집무실 이전' 계획에 대해 "YS(김영삼 전 대통령)가 대통령이 되고 하나회를 척결해 굉장히 용감한 결단이었다고 평가받지 않나"라며 "용산 시대가 열리면 또 한 번의 아주 용기 있는 결단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조선왕조와 건국이후 역대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하나회 척결로 대비하는 ‘용기’라고도 평가했다.

 

비유가 적절치 않아 보인다. 하나회는 지난 1963년 전두환, 정호용, 노태우, 김복동 등 대한민국 육사 11기생들의 주도로 비밀리에 결성했던 군대 내의 사조직으로 군부 쿠데타라는 악의 씨앗을 키웠던 세력들이다. 청와대 이전 결정이 역대 대통령을 부정하려는 발언으로 비춰질 수 있는 대목이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은 공간만의 이전이라는 점에서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의 발언은 지극히 부적절해 보인다. 하나회 척결은 군내 사조직의 전횡을 뿌리뽑는 조치였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대통령 집무실을 하루아침에 뚝딱 결정하는데 여전히 반신반의하는 상황에서 하나회까지 끌여들이는 것은 윤 당선인 주변인사들의 이치에 맞지 않은 주장으로 보인다. 

 

청와대 이전도 YS의 하나회 척결처럼 심야 기습작전처럼 이뤄졌다는 점에서 무엇이든 결단할 수 있는 윤 당선인이라는 것을 심어줬다고는 할 수 있다. 국민의 기대심리를 한껏 끌어올리긴 했지만 ‘용기’라고 평가받기에는 이르다. 기대심리가 높으면 높은 만큼 기대에 못 미칠 경우 실망도 큰 법이다. 그건 순전히 윤 당선인 정부 몫으로 돌아올 것이다. 

 

집무실이 하드웨어라면 거기에 일할 사람 참모와 조직은 소프트웨어이다. 지금은 소프트웨어 시대다. 청와대를 옮기는 것도 국민과 소통하는 폭을 넓히자는 차원이라면 인재를 널리 구하는데 부심할 때다.

 

정작 옮기고 뿌리 뽑아야할 건 기업과 일자리를 옭아매는 규제다. 한 가지 규제 사례를 보면 국민이 마시는 술병 라벨에도 정부의 8개 부처가 각기 다른 규제사항을 적시하고 있다고 한다. 술병 라벨뿐만 이겠는가.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산업통상자원부는 2개씩 복수 규제를 하고 있고, 공정거래위원회와 여성가족부도 할말이 있다고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정부 부처가 술 한 병에다 던진 규제 폭탄이다. 정작 옮기고 뿌리 뽑아야할 것은 규제 폭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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