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文-尹 오찬회동 무산...인수기간 자주 소통 모습 보여야

조건없이 듣는 시간 돼야...서로 경청의 미학으로

한국재난안전뉴스 최종걸 편집인 |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6일 청와대에서 하기로 했던 오찬 회동이 무산됐다. 양측은 "실무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아 회동 일정을 다시 잡기로 했다"고 밝혔지만 무산을 두고 벌써부터 구구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회동을 앞두고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론과 김오수 검찰총장 사퇴종용 등이 흘러나온 터라 쉽지 않은 오찬 회동임을 예고했었다. 아니나 다를까 모호한 무산 브리핑만 남긴 채 연기된 것이다.

 

이래서는 안 된다. 인수위원회가 꾸려지는 과정에서 문 대통령과 윤 당선자도 허심탄회한 대통령직 인수를 위한 보다 많은 만남과 소통이 필요한 때다. 국내외 상황에 대한 대통령의 판단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현실 인식에 대한 대면 회동은 그래서 자주하는 게 필요한 때이다. 윤 당선자는 무엇보다 대통령의 판단에 필요한 모든 것을 인수받아야할 시점이다. 때문에 요구하는 시간이 아닌 듣는 시간이 돼야 한다. 경청의 미학이 필요한 것이다. 첫 만남부터 무리한 의제는 피해야 다음 주제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런데도 회동을 앞두고 사전에 의제를 예고하듯 흘렸다가 만남을 수 시간 앞두고 무산이라는 소식은 보기에 따라서는 그런 전제라면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으로 보인다.

 

언론 보도를 종합해보면 청와대 측은 오늘 오찬 회동은 당선자에 대한 가벼운 축하자리로 생각했지만, 당선자 측에서는 사면과 정권말 인사권에 대한 의제를 흘리는 게 무산 배경으로 풀이하고 있다. 당선후 1주일 만에 이뤄진 기대했던 오찬 회동 무산은 인수 인계가 순탄치 않을 수도 있다는 예고편으로 보인다. 우리는 인수위든, 문 대통령과 윤 당선자 든 인수기간 동안에는 허심탄회한 인수절차를 밝는 게 도리라고 본다. 당선자 측에서 하고 싶은 사안이 있거든 5월 10일 이후 해도 늦지 않다. 지금은 국내외 현안에 대한 신속한 인수 인계가 우선이다. 특히 대통령과 당선자간 소통이 중요한 때이다. 당선자는 집권후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현 대통령과의 소통에 집중해야할 때라고 본다. 대통령만 전수할 수 있는 사안들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여 년 동안 역대 대통령들이 집권 전후와 집권 시 전직 대통령에 대한 경험을 들을 생각은커녕 지우기에 5년내내 집중했다. 국정의 연속성은 기대하기 어려울 만큼 갈팡질팡 하는 못습도 보였다. 그러면서도 국민에게는 통합과 협치를 주문하는 대통령 따로, 국민 따로 극을 연출했다. 이번 오찬 회동 무산도 전조를 예고하는 듯하다. 듣고 판단은 집권후에 해도 늦지 않을 텐데도 첫 회동부터 삐걱꺼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여야의 정권교체라는 점에서 예견된 일일수도 있지만 국정의 인수인계라는 점에서는 한마디라도 더 듣는 게 순서라고 본다. 이번 인수기간 아니면 들을 수 없다. 지난 20여 년간 역대 대통령의 예를 보면 그렇다. 재임시 전 대통령을 그 흔한 청와대 초대를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한 분은 극단의 선택, 다른 두 분은 구속으로 그럴 기회조차 없었다고 할지 모르지만 정권을 대선 승리 전리품의 전유물로 착각한 인의 장막이 작용했다고 본다. 국정은 대통령이 전임자에게 인수 인계받아야 하는 연속성이어야 한다. 전유물이 아닌 바턴 터치사안이다.

 

정권 인수인계는 받을래 안 받을래가 아닌 반드시 받아야만 하는 바턴 터치라고 할 수 있다. 국민의 이해를 구해야할 무거운 사안이 있다면 자주 만나 회동하는 모습에서 국민의 동의를 이끌어내는 모습을 보이시라. 모든 국민이 두 리더를 지켜보고 있다. 불통보다 소통을 원한다면 그게 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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