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코로나 출구 초입’ 너무 빠른 판단 아닌가

다양한 경험 수렴 통해 새로운 방역체계 기준이 필요한 때

한국재난안전뉴스 최종걸 편집인 | 박향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지난 22일 브리핑에서 "현재는 오미크론의 위험도를 계속 확인하면서 풍토병적인 관리체계로 전환하기 시작한 초입 단계"라고 밝혔다. 방역 당국이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밝힌 진단이라고 보지만 매일 폭증하는 확진자와 사망자 추이를 보면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방역 당국이 예상한 것보다 확진자는 일주일 단위로 두 배이고 그 기간도 앞당겨지고 있는 마당에 섯부른 진단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코로나와 함께 일상회복을 목표로 했던 위드 코로나는 그야말로 코로나 확산의 촉매역할만 했을 뿐 확진자와 함께 동거해야하는 재택치료 시대로 들린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24일 0시 기준으로 신규 확진자가 17만16명 늘어 누적 249만9천188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전날 17만1천451명에 이어 이틀연속 17만명 대이다. 당초 방역당국이 이달 말께 일일 확진자가 13만∼17만명 수준으로 나올 수 있다고 예측한 것보다 앞당겨졌고 전망치보다 많았다. 최근 신규 확진자 수가 일주일 단위로 2배씩 늘어나는 '더블링' 현상이 언제 정점일지 아직 진단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 코로나 출구 초입이라고 속단하기에는 이른 통계치다.

 

방역당국이 코로나 정점 시 최다 확진자 규모는 최대 27만명 수준이었지만, 33만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국가수리과학연구소는 감염 재생산지수가 1.67일 경우 일일 확진자 수가 1주 뒤 21만3천332명, 2주 뒤 33만4천228명에 달할 수 있다는 예측치를 내놨다. 문제는 확진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위중증 환자도 비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날 0시 기준 재택치료 대상자 수는 58만7천698명으로 전날(52만1천294명)보다 6만6천404명 늘었고 사망자도 0세부터 고령까지 다양하게 분포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율(기본접종을 마친 비율)은 이날 0시 기준 86.4%(누적 4천432만1천423명)이고 오미크론에 비교적 저항력이 높다는 3차 접종자는 전체 인구의 60.1%(누적 3천85만3천832명)속에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증상이 의심돼 검사이후 양성 판정을 받은 최근 4일간 양성률을 보면 21.7%→23.5%→30.6%→33.7%로 급증하고 있어 출구 초입이 아니라 대유행이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것을 수치가 확인시켜주고 있다. 방역당국의 발표보다 수치가 더 신뢰의 기준점이라는 점에서 섣부른 '엔데믹'(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 등 용어로 희망방역으로 국민을 안심시키기에는 이르다. 김부겸 국무총리까지 나서 "확진자 수만 가지고 두려움이나 공포감을 가질 이유가 전혀 없다"며 "우리는 이미 오미크론에 능히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잘 갖춰뒀다"고 말했지만 일상의 불편함과 밀집을 대상으로 하는 직종에서는 곡소리마저도 아사직전이라 시들고 있는 상황이다.

 

자체 백신 개발을 자신했던 소식은 오미크론에 묻힌지 소식이 없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코로나가 통제범위를 넘어서고 있는데도 유행이 지나면 코로나도 또 다른 독감으로 분류하겠다는 희망방역 소리만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의료체계와 기준을 새로 개편해서 대응절차를 제시하지 않는 한 현 의료체계로는 풍토병이라 단정하기에는 이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방역지침에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에 대한 사후 약방문격인 추가경정예산에만 몰입하는 정치방역 말고 의료계의 다양한 경험을 수렴해서 새로운 방역체계와 기준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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