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GDP는 성장했다는데 자산시장 경고음 주시해야

소비자물가 상승과 실업률 반영한 경제고통지수 개선책 찾아야

한국재난안전뉴스 편집인 | 국내총생산(GDP)이 11년 만에 최고치로 성장했다는 소식에도 경제 주체들이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자산시장, 주식과 부동산 시장 동향이 심상치 않다. 주식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폭락하고, 천정부지로 치솟던 부동산 거품이 가라앉고 있기 때문이다. 자산관리에 경고음처럼 들려온다. 지표와 자산시장의 괴리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2021년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4.0% 성장해 2010년 이후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민간소비·수출·정부지출 등의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GDP가 코로나 여파에도 11년 만에 최고의 성장률을 보였다는 점은 돈을 풀어 밀어내기 효과일 가능성이 없지 않다. 지난 5년사이 400조원대의 나라살림인 예산이 600조원시대로 수퍼 예산이라는 기록 경신에 나선데다 이도 모자라 코로나 여파로 수차례 추경을 통한 재난지원금으로 연간 민간소비 증가율이 3.6%로 2010년 이후 가장 높았다는데서도 흔적을 남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실업률을 반영한 경제고통지수는 지난 2011년 이후 10년만에 가장 높다는 다소 상반된 지표도 나왔다. 체감하는 경기는 GDP상승과는 동떨어진다는 이야기이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와 실업률을 반영한 지난해 경제고통지수는 6.2로 2011년(7.4) 이후 10년 만에 가장 높았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4.2)과 2020년(4.5)보다도 상황이 악화됐다는 통계이다. 지난해 석유류와 가공식품, 개인 서비스, 농·축·수산물 등 가격 급등 여파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5%로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탓으로 풀이됐다. 체감물가를 보여주는 생활물가도 10년 만에 가장 높은 3.2%나 뛰었다고 한다. 한마디로 월급 빼고 다 오른 체감경기 악화 징후라고 볼 수 있다. GDP가 성장해도 경제고통지수가 악화되면 빚 좋은 개살구 격이나 마찬가지이다.

 

풀어놓은 돈이 물가 상승을 부추기자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금리를 코로나 이전수준으로 올리고도 더 고삐를 죌 기미인데다 미국 중앙은행 역시 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코로나 19를 빌미로 풀었던 돈을 회수해서 물가를 안정시키겠다는 조치로 보이지만 글로벌 공급망 체계는 예기치 않은 각국의 정치적 상황에 따라 들쭉날쭉 불안한 상황이다. 중국과 호주간 갈등으로 지난해 겪은 요소 수출봉쇄와 밀수출국인 우크라이나 전운 등 곳곳에서 원자재의 수급 불안 요인이 도사리고 있다. 물가불안 요인이 적지 않다는 소식들뿐이다.

 

우리뿐만이 아니라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국제금융시장의 중심축인 뉴욕금융시장에서 이 같은 우려 때문에 주가는 털썩 주저앉고, 달러 값은 뛰는 경고음이 국내 금융시장까지 쓰나미처럼 덮쳤다. 국내 코스피지수는 코로나 상황에서도 한때 3300선을 치고가다 13개월 만에 2700선으로 추락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 조짐으로 외국인 투자자들과 영끌이라는 신조어를 낳았던 개인 투자자들의 동반 투매에 가까운 불안심리 때문이다.

 

저금리와 풀어놓은 돈은 결국 물가 상승만을 부추겨 실질소득을 악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그 여파는 이제 금리 인상으로 부채부담을 가중시키는 역풍으로 돌아오고 있다. 주가는 곤두박질인데 금리마저 오르면 빚내서 투자한 이중고를 겪을 수밖에 없다. 부동산 시장 역시 공시가격 현실화에 따른 종합부동산세에 대한 부담에다 금리 인상까지 겹쳐 자산거품 조짐도 감지되고 있다.

 

자산시장의 양대 축이라 할 수 있는 주식과 부동산의 거품을 몰고 온 저금리와 돈 풀 리가 끝나가고 있는 시점을 알리는 신호라고 할 수 있다. 코로나에 가려 보이지 않았던 자산시장의 이상 징후를 면밀히 점검해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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