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획재정부 추경 갈등에 결국 예산편성권 도마 위

국가 재정리스크 관리 독점한 데 따른 여야 불만
결국 조직개편 단초 제공한 셈

한국재난안전뉴스 편집인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민주당이 전 국민 재난지원금 카드를 다시 꺼냈다. 지난해 5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꺼냈다가 여론에 밀려 잠잠해 지는 듯 했지만 해를 넘기자마자 들고 나왔다.

 

그러면서 추경을 편성해서라도 전 국민재난지원금을 지급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만약에 이를 반대하면 기획재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청와대와 국무총리실로 가져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획재정부가 끝까지 반대하면 예산편성권은 정권의 연장여부에 따라 손을 볼 수도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 후보는 지난 4일 경기 광명시 기아 오토랜드 광명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을 위한 추경 편성과 관련해 얘기하면서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꺼내 들었다. 민주당에서도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후보와 여당이 대선을 불과 2개월여 앞두고 전 국민재난지원금 지급을 밀어붙일 모양새다. 민주당은 이 후보가 제시한 최대 30조원에 이르는 추경 안을 오는 2월 임시국회 중에 통과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올해 정부 예산안이 통과된지 1개월도 되지 않아 다시 추경을 꺼내든 것이다. 추경은 국회에서 여야합의로 통과되는 만큼 대선과 지자체 선거를 앞둔 여야는 반대할 이유를 찾지 못할 것이다.

 

관심은 곳간을 지키려는 현 정권과 새로운 권력을 쥐려는 후보들의 기싸움간에 벌어질 정부조직 개편 안이다. 문재인 정부들어 지금까지 9차례의 추경을 편성했고 여야가 대선전에 추가 추경을 통과시킬 경우 모두 10차례 추경을 하게 된다. 역대 정부들어 가장 많은 추경을 편성했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통계적으로 보면 지난 1950년 6.25전쟁때 전시물자동원을 위해 모두 7차례 추경 편성이후 전시가 아닌 상황에서 추경을 밥 먹듯이 편성한 예는 처음이라고 한다. 새해 예산안에 대한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2월 추경’을 빚인 국채로 발행할 경우 국가 채무는 전문가들이 예상한 대로 올해 1100조원에 육박하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51%로 높아지게 된다.

 

각국이 맞이한 코로나 19상황에서 유독 우리만 국채발행과 속도가 빠르다는 국제기구의 지적에 여야는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그럼에도 추경에 인색한 기획재정부에 대한 불만을 넘어 이번 기회에 예산편성권을 회수하려는 움직임마저 일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해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진행한 인터넷 언론사 합동 인터뷰에서 “예산편성 권한은 기재부로부터 분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그 점에 대해서 우리 내부에서도 ‘구체적으로 어떻게 분리할지’ 논의 중”이라고 답했다. 이어 다른 자리에서 “임명직 공무원은 국민의 의사를 대변하는 선출된 권력에 따라야 하는데, 선출 권력과 임명 권력이 따로 행동하게 되면 선출 권력은 권력 행사가 불가능하다"며 “예산 편성권을 기획재정부에서 분리해 청와대나 총리실 직속으로 바꾸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선거공약에 맞춤형 예산을 진두지휘하겠다는 구상처럼 보인다. 지금도 기획재정부는 행정부인 대통령의 지휘하에 있지만 아예 청와대와 총리실로 예산편성권을 이관하겠다는 것이다.

 

예산과 관련한 헌법 조항을 보면 예산편성권은 정부에 있고, 국회는 이를 심의 확정한다고 돼 있다. 그 편성권이 기획재정부 몫이지만 이를 행정부 내에 청와대와 총리실로 회수하겠다는 뜻이다. 헌법 제54조 1항은 ‘국회는 국가의 예산안을 심의·확정한다’고 적시하지만, 제57조는 ‘국회는 정부의 동의 없이 정부가 제출한 지출예산 각항의 금액을 증가하거나 새 비목을 설치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국회가 아무리 추경을 통과시켜도 행정부인 기획재정부 허락 없인 단 한 푼의 예산도 늘릴 수 없다. 여야가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위한 예산 증액에 합의를 이룬다 해도, 홍남기 부총리가 동의하지 않는 한 추경은 공염불이 될 수밖에 없어 후보측 입장에서는 눈에 가시일 수 있다.

 

나라 곳간의 열쇠를 거머쥔 기획재정부는 열쇠를 쥔만큼이나 원성소리도 높았다. 그만큼 부침도 이어져왔다.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 때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를 통합한 기획재정부도 이번엔 추경을 둘러싼 갈등에 그 운명도 달리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정책의 기획과 집행을 한 곳으로 몰아 효율성을 높이겠단 취지였다지만 국가 재정리스크 관리를 독점한 데 따른 여야의 불만에 결국 조직개편의 단초를 제공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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