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후재난에 세계잼버리 '그로기'.. 안전사고 총력대응해야

2023.08.05 07:22:10 이계홍 기자 kdsn6@gmail.com

1000억 쓰고도 국제망신, 왜?
안전 결의 헛구호... 주관 부서마다 호흡 안맞고 책임도미루는 안이한 태도
탁상행정 공리공담은 이제 그만

 

한국재난안전뉴스 이계홍 선임위원 | 폭양이 내려쬐는 새만금 간척지. 잡초가 우거지고 깊이 파인 곳은 지난번의 집중 호우로 물웅덩이가 되어있다. 뜨거운 기후에 벌써 모기의 유충이 자라고, 온갖 벌레들의 서식지가 되었다. 유럽 남미 중동 동남아 아프리카에서 온 10대 청소년들은 이런 생뚱맞은 자연 환경에 그로기가 되었다.  일부는 태양의 복사열로 지친 나머지 여기저기 쓰러졌다. 하루 수백명씩 탈진 환자가 발생했다.

 

그러나 이들을 보호하거나 간호해줄 사람이 턱없이 부족했다. 음식 또한 일부 부패한 것이 지급되었다.

 

새만금 잼버리에 참가한 세계 청소년 43000명은 10년 후, 또는 20년 후 자국의 지도자로, 전문가로 우뚝 설 미래의 인재들이다. 이들이 한국 잼버리의 경험을 어떻게 기억할까.

 

K문화로 한국의 국위와 국격을 한없이 높여 놓았는데, 대회 하나 잘못 치르면서 한국에 대한 이미지에 결정타를 맞는 것이 아닐까. 세계 청소년들은 미래의 지도자들이다. 이들에게 한국 이미지가 한국 잼버리 하나로 낙인찍힐까 두렵다.

 

그렇다면 이번 대회의 문제점은 무엇인가를 따지고, 나머지 일정만이라도 완벽하게 치러 이들에게 새롭게 한국 이미지를 밝게 인식시킬 방법이 무엇인가. 

 

우선 문제점은 폭양이 내려쬐는 한여름 8월2일부터 12일까지 대회 일정을 잡은 것이 문제다. 이 기간은 모두가 무더위로 헉헉대는 상황이다. 그래서 행안부 중대본은 매일 폭염특보를 발령하고, 들일, 공사판 작업을 일시 중단하거나 충분한 휴식과 생수의 섭취를 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이런 때 새만큼 잼버리대회장은? 안전의 무방비를 그대로 노출시켰다. 폭염·태풍 등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지 않았다. 이런 우려는 지난해 가을 국회에서도 거론되었다. 한 야당 의원은 대회의 완벽한 개최를위해 주최 부서인 여서가족부 장관을 불러 일일이 따졌다. 이때 장관은 차질없이 만전을 기하겠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엉터리가 되었다.  


안전 점검은 형식적이었음을 말해주었다. 잘하겠다는 다짐은 헛구호가 되었다. 폭염이 지속되는 기간인만큼 그에 대한 대비책을 강구해야 했다. 그런데 그동안 어떻게 처리했을까. 한마디로 손을 놓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로인해 국제적인 망신을 샀다.

 

특히 1000억원에 육박하는 예산을 쓰고도 대회 준비가 미흡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관련 예산은 당초 491억원에서 938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탁상 행정과 공리공담이 이런 결과를 가져왔다. 주최와 주관, 업무 분장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속담 그대로다. 


심각한 문제점으론 이번 잼버리의 핵심인 야영 환경이 꼽힌다. 간척지인 새만금은 허허벌판이이어서 폭양이 내려쬐는 땅에선 복사열과 습도 또한 높다. 한 참가자는 숨이 헉헉 막힐 정도였다고 한다.

 

한낮 최고기온이 35-37도를 넘나들었고,  체감적으로는 40도를 넘을 것이라고 했다. 이런 상황이 예견되었다면 폭염 대책부터 세웠어야 했다. 대회조직위가 덩굴 터널 7.4㎞와 그늘 쉼터 1720곳을 만들었지만, 그것만으로는 역부족이었다.

 

여기에 탈진 환자가 쏟아져 나왔다. 4일 현재 집계된 3일 하루 병원 내원자 수는 1486명이며 이 중 온열증상자가 138명 등에 달한다. 대회 직전 폭우로 대회장 곳곳이 습지인 데다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면서 모기와 화상벌레(청딱지개미반날개) 등 날벌레가 창궐해 이 기간 벌레물림 환자(383명), 피부 발진 환자(250명)도 쏟아졌다. 이래서 SNS를 통해 “난민수용소가 따로 없다”는 조롱이 나왔다.

 

이같은 문제도 외국에서 지적되었다. 대회에 참가한 외국의 어린 청소년들이 자국의 부모에게 폭염 등 자연환경 열악과 시설의 미비로 쓰러졌다고 알리고,  벌레에 물려 고통받고 있다고 부모님들에게 알리면서 이들 부모들이 대사관에 항의하고, 이것이 해외 언론에 보도되었다.

 

그런데 국내 언론에선 이에 대한 보도가 거의 없었다. 이것이 더욱 한국 사정을 악화시켰다. 주한 외국 대사관이 실태 파악을 하고, 문제점 시정을 요구한 뒤에야 국내 언론에 보도되기 시작했다. 외국에서 보기엔 보도 통제를 받고 있다는 오해를 살만한 보도 태도였다.

 

전북도 등은 잼버리 대회를 앞둔 지난 6월 16일부터 18일까지 2박 3일간 ‘미니잼버리’를 개최했다. 말하자면 사전 훈련이었다. 미니잼버리를 마친 후 전북도는 보도자료를 내고 “현 잼버리 부지가 야영 등 행사를 개최한 적이 없는 매립지로서 날씨와 토질, 해충 등 숙영여건에 관한 정보를 파악할 필요가 있고, 감염병 및 자연·재난 등 각종 비상·돌발상황에 대응할 대비체계 점검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문제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정작 대회가 열린 전날부터 사고가 나기 시작했다. 비위생 화장실, 훤히 보이는 세면장 같은 기본적인 야영인프라 문제점도 챙기지 못했다. 상한 음식도 나왔다. 이렇게 난맥상을 드러낸 것은 조직위를 구성하는 여러 기관 간 역할 담당이 모호하고, 그래서 미흡한 부분은 서로 책임을 미루는 데다 소통조차 되지 않은 것이 이런 사단을 냈을 것이라고 보는 견해들이 적지 않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주최측이 분명히 중심을 잡아야 하지만 주관 부서가 책임있게 업무를 수행하는 협업체제가 강화되어야 한다. 주최측인 여성가족부가 중심이 되어 행정안전부, 경찰청, 소방청, 기상청, 보건복지부 의무지원팀. 행사운영팀 등에 역할 분담을 시켜 책임을 지고 업무를 수행하도록 해야 한다.

 

한 누리꾼은 "BTS가 쌓아놓은 k문화를 새만금 잼버리가 한방에 말아먹는군" 하고 비아냥대고 있다. 예정된 행사를 최악의 장소에서 최악의 시설로 최악 날씨 아래 운영하는것도 대단한 능력이라고 비꼬는 누리꾼도 있다. 


또다른 누리꾼은 "국제 망신살만 뻗치고 1000억의 10배 이상 신용 잃고 앞으로 그 어떤 대회도 세계의 눈이 대한민국을 어떻게 보겠는가. 국제사회로부터 신용.신뢰를 잃는다는게 훨씬 뼈아프다"면서 이번 재앙수준의 세계대회가 왜 일어났는지 원인분석 철저히 하고, 책임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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