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美도청도 IRA 전기차보조금 배제도 타격 크지 않다니

2023.04.19 10:55:01 최종걸 기자 kdsn7@gmail.com

한국재난안전뉴스 최종걸 편집인 | 대통령실 관계자들이 한미 간 얽힌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을 보면 쉽게 납득이 잘 되질 않는다. 한국이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는데도 대통령실 도청 의혹에 대해서 미국이 악의적이지 않다거나, 전기차 보조금 제외에 대해 타격이 크지 않다고 발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재무부가 17일(현지시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부 지침에 따라 최대 7,500달러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전기차 대상 차종 16개(하위 모델 포함 22개)를 발표했다. 배터리 광물 요건과 부품 요건이 구체화하면서 대상 차종은 애초 14개 제조사 39개 모델에서 7개 제조사 22개 모델로 축소됐다. 미국 내 전기차 점유율 2위인 현대기아차는 탈락했다. 전부 미국산 전기차에만 보조금 혜택이 돌아가게 됐다. 비슷한 전기차종에서 미국 전기차가 현대기아차보다 1천만원 정도 싸진 셈이다. 미국 소비자가 비싼 현대기아차를 사겠는가 1천만원 싼 테슬라를 사겠는가.

 

이에 대해 18일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우리나라의 전기차·배터리 수출에 대한 타격이 크지 않다”라고 평가했다. 현대기아차가 모두 탈락했는데도 수출 타격이 크지 않다니. 미국 보조금 발표에 한국의 타격이 크지 않다고 한 이유로 “IRA 가이던스 세액 공제가 축소된 것은 미국 시장 경쟁 측면에서 크게 나쁘지 않아 보인다”라면서 “발표된 7개 제조사 22개 (전기차) 모델 중에서 한국 배터리를 쓰는 곳은 무려 17개”라는 것이다. “배터리 수출에 있어선 혜택을 받는 나라가 되었다”라는 논리이다. 나아가 “한국에서 가공된 것도 광물 요건으로 충족되는 것으로 인정받아 우리나라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는 모두 광물·부품 요건 모두를 만족시키게 됐다”라며 “3사에게는 굉장히 큰 기회가 왔다”라고 피해가 크지 않았는 점을 부각했다. 미국 전기차 선점 직전에 현대와 기아차가 일격을 당한 판국에 배터리가 수혜를 입었으니 괜찮지 않냐는 논리로 보인다.

 

IRA 대처도 이러할진대 반도체 법은 어찌 대응할지 모골이 송연할 뿐이다. 소위 칩스법은 미국의 보조금을 받는 반도체회사들은 수출도 이익도 영업기밀도 통제받아야 한다. 삼성과 SK하이닉스는 그야말로 미국 정부 공기업으로 전락할 수 있는 법이다. 미국의 세제 혜택만 믿고 투자를 결심한 국내 두 반도체회사는 꼼짝없이 덫에 걸려든 상황이다. 보조금을 받으면 IRA보다 더 혹독한 수렁으로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삼성과 SK하이닉스는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에도 반도체 공장을 가동 중이다. 미국이 보조금을 빌미로 한국, 미국, 중국 공장에서 생산하는 모든 반도체에 대해 통제할 수도 있다. IRA 보조금 차량을 미국 전기차에 대해서만 한정한 것을 보니 반도체 법도 예외는 아닐 것이라는 불길한 조짐이 든다. 그런데도 미국 내에서 보조금을 받을 경우라는 주장은 들리지 않는다.

 

앞서 지난 11일 한미 정상회담을 협의하기 위해 미국으로 출국하던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도·감청 의혹에 대해 “공개된 정보 상당수가 위조됐다는 데 대해 한·미의 평가가 일치한다”라고 말했다. 지난 13일 미국 공군 매사추세츠주 방위군에 소속된 현역 군인 잭 테세이라 일병이 기밀 유출 용의자로 체포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워싱턴에 도착한 김 차장은 “미국이 악의를 갖고 (도·감청) 했다는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라고 발언했다. 대통령실도 도·감청 의혹이 확산하는데도 “동맹을 훼손하려 하느냐”며 언론의 도·감청 관련 보도를 문제 삼기도 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이 “(기밀 유출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라고 한 이후 용의자 체포로 미국의 도·감청 자체는 사실로 드러났는데도 한미동맹은 굳건하다는 식으로 넘어가고 있다. 군사동맹에 이어 경제 안보 동맹을 추구하는 윤석열 정부에 대해 여론은 외교를 잘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수행 지지율이 27%로, 5개월 만에 다시 30% 선이 무너졌다. 한국갤럽 조사(지난 14일)에서 부정 평가 응답자들은 ‘외교’(28%) 를 주된 이유로 꼽았고, ‘일본 관계·강제동원 배상 문제’가 9%를 차지했다. 경제가 어려워 힘들다는데도 ‘경제·민생·물가’를 지적하는 응답은 10%였다. 미일 외교를 잘못한다는 반응이 견디기 힘든 경제와 민생 그리고 물가보다 문제가 있다고 압도적으로 지적한 것이다. 우리 처지가 그 옛날 헐벗고 도움을 청해야 할 비굴한 나라가 아닌데도 일방적으로 당해서는 안 된다. 공직자라면 국익을 위해 목숨마저도 내놓을 자세가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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