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국, 한수원 한국형 원전수출까지 제동거나

2023.04.11 13:38:33 최종걸 기자 kdsn7@gmail.com

한국재난안전뉴스 최종걸 편집인 | 미국 에너지부가 뒤늦게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원전 수출에 제동을 걸었다. 한수원이 체코가 발주하는 원자력발전소 건설 입찰시에 미국 웨스팅하우스 이름으로 원전 수출 서류를 제출하라는 것이다.  그 웨스팅하우스는 지난 1999년 원자력발전 부문을 영국회사에 매각했고, 영국회사는 다시 2005년 일본 도시바에 77% 지분을 넘긴 상황이라 시공과 운용은 사실상 잊힌 거나 마찬가지 회사이다. 다만 설계와 같은 원천기술 소유권은 다툼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본다.

 

한수원은 두바이에 이어 체코에 한국형 원자력발전소 수출을 위해 지난해 12월 23일 미국 에너지부에 한수원의 체코 원전 사업 입찰과 관련한 정보를 제출했다. 이는 특정 원전 기술을 수출 통제 대상으로 지정해 외국에 이전할 때 에너지부 허가를 받거나 신고할 의무를 부과한 미국 연방 규정 제10장 제810절에 따른 절차적인 것이다. 810절에 따르면 체코는 미국이 원전 수출을 일반적으로 허가한 국가 중 하나로 원전을 수출하고자 하는 기업은 관련 활동 개시 30일 이내에 에너지부에 신고만 하면 된다. 허가가 필요 없는 부분이었다.

 

한수원은 이미 두바이에 4기 중 3기를 건설하고, 상업과 시험 운전을 하고 있다. 지난 2009년 두바이 진출 당시 미국은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독자적으로 진출한 것이다. 그런데도 미 에너지부가 지난 1월 19일 한수원에 보낸 답신에서 "810절에 따른 에너지부 신고는 미국인(US persons: 미국법인이라는 의미도 있음)이 제출해야 한다"며 신고를 반려했다. 이는 미국의 수출 통제를 이행할 의무는 미국 기술을 미국 밖으로 가지고 나간 미국기업에 있어서 한국 기업인 한수원은 신고할 주체가 아니라는 의미로 결국 웨스팅하우스와 함께 신고해야 받아주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한수원의 신고를 수리하기만 하면 한수원이 웨스팅하우스 소송과 관련 없이 체코에 원전을 수출해도 되는 상황이었다. 다분히 영국, 폴란드 원전건설에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가 입찰 경쟁에 나서자 돌연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라 볼 수 있다.

 

미국이 기술, 소재, 보조금 등으로 우리를 다방면으로 견제와 통제에 나서고 있는 연장선이라 할 수 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는 전기차 배터리 미국과 북미산에만 보조금으로 견제하고, 반도체 법으로는 삼성과 SK하이닉스에 족쇄를 채울 궁리를 하다 원전 수출까지 통제에 나설 조짐이다. 웨스팅하우스사는 지난 1970-80년대 원전 발전기업으로 미국과 한국 등 주요국의 원전 기술을 제공했다. 한수원을 포함한 중국 원전회사들도 웨스팅하우스 기술로 상용화한 사이에 웨스팅하우스 원전 부문은 영국회사를 거쳐 일본으로 매각된 상황이라 그 이후 진화된 기술 소유권을 주장할 명분에는 각사들과 다툼이 있다. 주인이 두 번이나 바뀌었고 초기 기술을 전수하였던 각국 원자력발전 회사들은 독자적인 4세대 기술을 적용해서 상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러니 한 건 미국이 웨스팅하우스 원자력발전 부문을 매각할 당시 일본에 원전 기술이 넘어갈까 봐 영국회사에 매각했지만, 영국회사는 일본 도시바에 재매각했다. 웨스팅하우스 원전 부문은 일본 도시바가 77% 지분을 소유하고 있어서 도시바 소유이다. 지난 2005년 웨스팅하우스 최대 주주인 영국 비엔페트엘(BNFL)사가 웨스팅하우스일렉트릭의 매각 입찰 시 한국의 두산중공업, 일본 도시바 그리고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이 나섰지만, 도시바는 애초 17억달러의 예상 낙찰가보다 3배가 넘는 50억달러를 써서 인수했다고 한다. 지분 구조로만 보면 웨스팅하우스는 일본 도시바 소유이다. 일본계 기업이라는 말이다.

 

미국 에너지부가 한수원의 체코 원전 수출에 제동을 건 한국형 원전인 'APR-1400' 기술은 이미 지난 2009년 두바이에 수출해 상업 운전 중이다. 한 바 있다. 미국도 웨스팅하우스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한 푼의 원천기술 사용료를 내지 않았다는 게 한수원의 설명이다. 독자 기술로 설계 제작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지난 2010년 웨스팅하우스는 중국에 원자로 기술을 이전하는 협정을 맺고 중국 시장에 진출했고 중국은 이 기술 등으로 이미 4세대 원전을 상업 운용 중이다. 제품 제조 기술로 상품화해서 판매하겠다면 당연히 기술 사용료를 내야 한다. 선의의 경쟁 기업 간 입찰에 국가가 나서 판매 자체를 방해하고 판매금지에 나서는 건 생떼나 다름없어 보인다. 그것도 혈맹이라는 대한민국을 견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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