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실·국회, 의전보다 중요한 건 반도체특별법 통과다

2022.08.05 10:26:14 최종걸 기자 kdsn7@gmail.com

한국재난안전뉴스 최종걸 편집인 |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방한 의전 문제로 대통령실, 여야 그리고 언론까지 갑론을박이다. 미국 대외 의전서열 3위에 해당하고 막강한 하원 의장이라는 점에서 국빈에 해당하지만 대통령은 휴가 중이라는 이유로, 초청 상대인 국회의장은 사전 양해를 구했다 해서 미군 오산기지에 나가지 않은 것을 놓고 의전상 결례인지, 대중국 눈치보기인지에 대해 각자 면피용 해석을 내놓고 있다.

 

우리가 흔히 군에서 유행하는 말 중 ‘작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할 수 있어도 경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할 수 없다’는 말을 일상에서도 혼용에서 쓴다. 식당에서는 공평한 양을 나누는 배식으로, 외교에서는 의전이라 할 수 있다. 때 아닌 의전문제가 불거져서 하는 말이다. 펠로시 하원의장의 1박2일 방한이 남긴 의전 여부를 놓고 볼썽사나운 설왕설래 때문이다. 팰로시 하원의장보다 3주 앞서 방한 한 미국 대외 서열상 한 참 아래인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엘지화확과 윤석열 대통령을 예방한 전례에 비춰 외교 의전에 말이 나올만하다. 대통령실은 초청 대상이 국회의장이고 대통령은 휴가기간이기 때문에 국회가 당연히 의전을 맡았어야 했다고 했고, 국회의장실은 서로 양해를 구했기 때문에 나가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미국 대사관측은 달리 말했다. TV조선은 펠로시 의장이 오산 미 공군기지에 도착할 당시 "한국 측 의전 관계자가 아무도 안 나온 것에 대해 매우 불쾌하게 생각한다"는 주한미국대사관 관계자의 말을 인용, 보도했다.

 

한마디 하자면 우리가 펠로시 의장의 방한을 놓고 의전 문제로 갑론을박할 처지가 아니다. 본질은 현재 미중간 벌어지고 있는 반도체 전쟁이 숨겨있기 때문이다. 펠로시 의장이 굳이 중국의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만을 방문한 건 중국을 반도체 전쟁에서 봉쇄하려는 정치적 방문으로 봐야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국과 일본까지 반도체 동맹으로 일컫는 ‘칩4동맹’을 전 방위로 압박하는 것을 놓고 우리가 생뚱맞게 의전문제로 내부 총질을 벌일 때가 아니다. 지금은 총성없는 반도체 전쟁에 우리도 각자도생의 길을 찾아야 할 시점이라 의전을 따질 때가 아니라는 말이다.

 

중국의 대만에 대한 군사적 위협에도 펠로시 의장이 대만을 찾은 것은 세계 반도체 위탁생산의 53.6%를 차지하고 있는 대만을 확실하게 ‘칩4동맹’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미국의 대중외교에 여야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대만 TSMC에 이어 파운드리 시장에서 16.3%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까지 포함하면 대만과 한국은 세계 파운드리 반도체 시장에서 절대적인 생산기지나 다름없다. 특히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 반도체 분야는 거의 독보적일만큼 세계시장에서 시장 지배력을 확보중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필두로 한 미국측 인사들의 잦은 방한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미국이 중국과 벌이는 최후 전선이 반도체 시장이라는 사실이다. 대만과 한국의 생산기지만 장악하면 중국과의 반도체 전선에서 필승할 수 있다는 전략이라는 점에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5월 방한 시 평택 미군기지에서 내리자마자 달려간 곳은 대통령실이 아니라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공장이었다. 이에 앞서 5년 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오산 미군 기지에서 서울로 이동할 당시 헬기에서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을 내려다보고 저게 뭐냐고 할 정도로 감탄하면서 저게 미국에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 이후 미국의 끊질긴 투자 요구는 바이든 정부까지 이어지고 있다. 미국은 반도체 설계와 장비 그리고 생산까지를 원스톱 체계로 갖추기 위해 삼성과 SK하이닉스 등을 유치하기 위해 반도체특별법까지 여야가 나서 통과시켰다. 그러고도 안심이 안됐는지 펠로시 하원의장까지 군사적 정치 외교적 긴장감까지도 아랑곳하지 않고 대만, 한국, 일본을 대놓고 방문하고 있다.

 

펠로시 하원의장의 대만방문으로 중국과 대만간 군사적 긴장감이 증폭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류더인 대만 TSMC 회장은 “중국에 겁먹지 않는다”고 맞섰다.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라는 자신감인지 자만감인지 모르겠지만 TSMC가 만에 하나 잘못되면 세계 반도체 시장이 아수라장될 것이라는 무언의 경고로 보인다. 류더인이 이끄는 TSMC가 반도체 위탁생산의 53.6%를 차지하고 있으니 틀린 말도 아닐 수 있다. 기업가가 국가를 대신해 외교무대 전면에 등장해서 상대국에 큰소리 치는 세상이다. 지금 반도체전쟁에서 지휘관은 반도체 기업가이다. 의전이 아니라 대통령실과 국회가 반도체산업과 시장을 어떻게 지원해서 시장 점유율을 높여야 할지에 대한 전략이다. 반도체 지휘관에 대한 기를 세워주는 게 의전보다 더 시급해 보인다. 반도체가 아니라면 굳이 바이든 대통령과 펠로시 하원 의장이 한국을 그리 급히 찾을 이유가 없어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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