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계속되는 후진국형 건설 사고는 이제 그만

2022.01.13 18:00:08 이계홍 기자 kdsn6@gmail.com

원청 기업이 이익 빼먹고 하청에 재하청, 또 재재하청 주는 문화도 손질해야

 

한국재난안전뉴스 이계홍 논설고문 | 광주 서구 화정동에서 신축 중이던 주상복합 아파트 외벽이 무너져 내린 사고는 안전불감증이 주는 재앙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같은 회사에서 똑같은 사고가 났다는 점에서 충격이 크다. 

 

7개월 전 광주 학동 철거 참사를 빚은 건설사가 현대산업개발이고, 이번에도 같은 회사에서 나온 사고다. 당시 현대산업개발은 더 이상 사고를 내지 않겠다고 회장이 직접 사과하고, 후속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하고 또다시 사고가 터졌다.  

 

이번 사고는 공기를 앞당기겠다는 조급증이 만들어낸 참사라는 게 일반적 인식이다. 알려진 바로는 한 개층을 콘크리트 양생을 하는 데 2주간의 시간이 소요되는데, 광주 화정동 주상복합은 1주일에 한층씩 올렸다고 한다. 

 

즉, 무리하고 부실한 시공이 불러온 참사라는 것이다. 공사 기간을 단축하려고 하층 콘크리트가 채 굳기 전에 상층을 쌓아올리다 거푸집이 무너지며 16개 층이 한꺼번에 붕괴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하도급의 남발이 사고를 불렀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시공사는 경쟁 입찰로 공사를 따내 일부 이익금을 남기고, 하청을 준다. 그 하청업체는 또 일부를 떼고 재하청을 준다. 이런 식으로 최종 하청업자는 노임을 따먹는 수준으로 작업에 나선다. 

 

이 결과 설계대로 공사를 진행할 수 없다. 마지막 업자는 이익이 나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대신 철근 열가닥이 들어갈 것을 여덟가닥 집어넣고, 콘크리트 양생도 시기를 앞당겨 진행해 노임으로 이익을 따먹는 폐단을 저지른다.

 

여기에 감리와 단속 기관의 유착이다. 번연히 문제가 있는 것을 적당히 눈치로써 서로 양해하면서 향응을 받는 것. 현대산업개발에서 그런 적폐를 자행했다는 것이 아니라 이런 문화가 일반화되었다.

 

화정 주상복합 아파트 공사에 주민의 민원사항이 2년 6개월동안 1000여건이 관청에 쏟아졌다고 한다. 거칠게 건물을 짓다보니 낙하물이 수시로 떨어지고, 주먹만한 돌덩이, 굵은 쇠못이 주위로 떨어져 주민 삶에 많은 지장을 주고, 생명까지 위협을 받는다고 하여 진정을 내도 고작 14건만 과태료를 물고 넘어갔다는 것이다. 

 

안전불감증이 고질이 된 셈이다. 따라서 감리기관이나 주무 관청이 제 역할을 다하지 않음으로써 자초된 참사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될 것같다.

 

문제는 재발 방지다. 이번에야말로 정확한 원인을 따져 재발을 막아야 한다. 본지가 보도한대로 오는 27일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다. 이의 강화 필요성이 절실히 요구된다. 당국은 현장 안전수칙이 제대로 지켜졌는지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살펴야 한다.

 

그리고 경영책임자의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사고가 빈발할 경우 처벌 수위를 강화해야 한다. 원청 기업이 이익을 빼먹고 하청에 재하청, 또 재재하청을 주는 문화도 손질해야 한다. 하청업체의 잘못이 원청회사의 잘못으로 법적 연대책임을 지는 것도 강화해야 한다. 대기업 시공사는 빠져나가고 하도급 업체만 벌을 받는 꼬리 자르기식 처벌로는 사고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이번 사고는 여러 가지 요인이 겹친 인재로 보이지만, 무엇보다 하도급의 단가 후려치기 폐단과 속전속결 건설이 남긴 결과라고 본다.

 

정부는 사고수습본부를 차리고 건설사에 대한 특별감사를 벌이고 철저한 수사를 한다고 하는데, 뒷북 점검과 말뿐인 대책으로는 참사를 막을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하고 이번에야말로 건설현장의 안전불감증을 뿌리뽑도록 대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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